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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사친드라마

남사친과 드라마: 우리가 연기하지 않는 순간

마지막 에피소드가 끝나자 유준의 휴대폰이 울렸다. 화면에 '지민'이라는 이름이 반짝였다. 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새벽 두 시, 드라마가 끝난 지금, 그녀의 전화는 오직 한 가지를 의미했다.

"결국 못 참았구나." 유준은 쓴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열두 번째 부재중 전화 알림이 뜨자 유준은 결국 전화를 받았다. 지민의 목소리가 흐느낌과 함께 수화기를 타고 흘러나왔다. "어떻게 그럴 수 있어? 그 남자 분명 돌아올 거라고 했잖아! 엔딩이 이럴 거면 뭐하러 열여섯 시간을 투자한 거야!"

유준은 한숨을 내쉬며 소파에 등을 기댔다. 지민이 이렇게 드라마에 몰입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15년간 이어온 '남사친' 관계에서, 그는 지민의 모든 드라마 리뷰를 들어주는 단골 청취자였다.

"야, 이게 현실이지. 사랑은 항상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아." 유준의 목소리에는 평소에 없던 쓸쓸함이 묻어났다.

전화기 너머로 지민의 코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넌 어떻게 이렇게 냉정할 수 있어? 다 봤어? 정말 끝까지 본 거 맞아?"

"응, 방금 봤어." 유준은 어둠 속에서 텅 빈 맥주캔을 굴렸다. 그의 노트북 화면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드라마 페이지를 여전히 보여주고 있었다.

"그럼 너도 공감하잖아! 그 여자는 분명히 주인공을 사랑했어. 그런데 왜 친구로 남자고 했을까? 이해가 안 돼."

유준의 입에서 쓰디쓴 웃음이 새어 나왔다. "가끔은... 사랑하는 사람 곁에 그냥 남사친으로 남는 게 최선일 때도 있으니까."

순간 전화 너머로 침묵이 흘렀다. 지민의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돌아왔다. "유준아... 너 혹시 누구 좋아하는 사람 있어?"

유준은 천장을 바라보았다. 벽에 걸린 사진 속에서 그와 지민이 웃고 있었다. 고등학교 졸업식, 대학 축제, 그리고 지민의 마지막 이별 후 그가 위로해주던 날의 사진까지.

"아니, 그냥... 드라마 얘기하는 거야." 그는 목울대를 울렸다. "근데 내일 아침 일찍 미팅 있으니까 자야겠다."

"알았어... 전화해서 미안." 지민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내일 저녁에 보자. 늘 가던 곳에서."

전화를 끊고 유준은 침대에 누웠다. 천장이 그에게 말을 거는 것 같았다.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열다섯 해 동안 지민을 사랑해온 그에게, 이 상황은 가장 뻔한 드라마 전개보다도 더 익숙했다.

다음 날 저녁, 평소처럼 그들은 만날 것이다. 평소처럼 그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줄 것이다. 평소처럼 그녀는 모르는 척할 것이다. 그리고 평소처럼, 그들은 완벽한 남사친으로 그날을 마무리할 것이다. 아마도 평생.

유준은 휴대폰을 내려놓으며 중얼거렸다. "이게 바로 현실이지. 우리가 보는 드라마와 달리, 인생에는 스크립트가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