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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사친보드게임

남사친의 보드게임: 우리가 말하지 않은 규칙들

마지막 주사위를 굴리는 순간, 나는 이미 그의 손가락이 내 것을 스치듯 움직일 것을 알고 있었다. 10년 지기 남사친 태현은 언제나처럼 이런 우연을 가장한 접촉에 능했다. 우리의 금요일 밤 보드게임 세션은 어느덧 다섯 번째 시즌을 맞이하고 있었다.

"이런, 또 내가 이겼네." 그가 능청스럽게 웃었다. 나무로 만든 게임 토큰들이 테이블 위에서 부딪히는 소리가 방 안을 채웠다. 그의 손가락은 아직도 내 손 근처에 머물러 있었다. 오래된 보드게임의 카드 모서리는 이미 닳아 있었고, 종이 화폐들은 우리의 수많은 밤을 증언하듯 구겨져 있었다.

태현의 아파트는 언제나 같은 냄새였다. 살짝 태운 팝콘 향, 나무 바닥의 광택제, 그리고 그가 고집스럽게 사용하는 샌달우드 향수. 이 모든 것이 섞여 우리만의 금요일 밤 의식을 완성했다. 창밖으로는 도시의 불빛이 반짝였고, 거실 테이블 위에는 우리가 지난 세 시간 동안 치열하게 싸운 전략 보드게임이 놓여 있었다.

"다음 라운드 할래?" 그가 물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항상 나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 친구 이상, 연인 미만. 우리는 이 모호한 경계선에서 수년간 춤을 추고 있었다.

"마지막 한 판." 내가 답했다. 항상 그렇게 말하면서도 결국은 새벽까지 게임을 이어갔다. 그는 카드를 섞으며 미소 지었다. 그의 손가락이 민첩하게 카드를 다루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언제나 묘한 설렘을 가져왔다.

"이번엔 내기할까?" 그가 갑자기 제안했다. 평소와 다른 긴장감이 그의 목소리에 실렸다.

"무슨 내기?" 내가 경계하며 물었다.

"이기는 사람이 질문 하나, 진실만 말하기." 그의 눈이 유난히 진지해 보였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게임이 시작되었다. 평소보다 팽팽한 긴장감이 우리 사이를 감돌았다. 나는 모든 전략을 동원했지만, 결국 패배했다. 아니, 어쩌면 이기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질문 타임." 그가 말했다. 이제 와서 깨달았다. 그는 오늘 이 게임에 이기기 위해 지난 수개월간 전략을 연구해왔던 것이다. "우리, 이제 그만 이 게임 끝내는 게 어때?"

"무슨 말이야? 오늘 마지막 판이라고 했잖아." 내가 혼란스러워하며 대답했다.

"아니, 그 게임 말고." 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우리가 10년째 하고 있는 이 '그냥 친구인 척' 하는 게임 말이야."

방 안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보드게임의 작은 피규어들이 우리를 지켜보는 것 같았다. 10년간 우리는 실제로는 완전히 다른 게임을 하고 있었다. 말로 표현하지 않은 규칙들, 우리만 아는 전략들, 그리고 누구도 인정하지 않았던 진짜 승리 조건이 있는 게임.

나는 마지막 카드를 내려놓았다. 이번에는 내가 게임을 뒤집을 차례였다. "그래, 이제 진짜 게임을 시작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