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사친의 사진: 찰나에 담긴 진실
유진의 인스타그램에 새로운 사진이 올라온 건 그가 사라진 지 정확히 일주일 후였다. 깊은 밤, 스마트폰 화면이 푸른빛으로 내 얼굴을 비추며 알림을 울렸다. 손가락이 저절로 화면을 열었고, 거기 익숙한 얼굴이 웃고 있었다.
"오랜만이야."
남사친이라 부르기엔 너무 가까웠고, 연인이라 부르기엔 한 걸음 모자랐던 민호. 그의 마지막 사진 속에서 민호는 내가 선물한 파란 스웨터를 입고 있었다. 배경은 우리가 함께 가기로 약속했던 제주도의 바다였다.
경찰은 실종 신고를 받고도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했다. "성인 남성이 며칠 연락 없는 건 흔한 일"이라며 수사에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민호는 절대 약속을 어기는, 특히 나와의 약속을 어기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사진 속 그는 평소와 다름없이 웃고 있었지만, 무언가 달랐다. 주의 깊게 들여다보니 그의 눈동자에 비친 풍경이 이상했다. 바다가 아닌 숲이었다. 그리고 스웨터 소매에 묻은 흙 자국. 제주도의 모래가 아닌 붉은 흙이었다.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사진을 최대한 확대해 보니 배경 한쪽에 희미하게 보이는 표지판. 제주도 어디에도 없는 '북한산 등산로 3코스'라는 글자가 보였다.
나는 즉시 가방을 챙겼다. 경찰에게 알리는 대신 직접 북한산으로 향했다. 새벽 등산로는 적막했고, 발아래 흙은 사진 속 그것과 동일했다. 3코스를 따라 오르는 동안 수십 번 민호의 사진을 들여다보며 단서를 찾았다.
정상 근처의 바위에 도착했을 때,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바로 여기였다. 사진 속 그의 뒤에 희미하게 보이던 바위 모양과 정확히 일치했다. 그리고 바위 틈새에서 반짝이는 것을 발견했다.
민호의 카메라였다. 비밀번호는 우리가 처음 만난 날짜. 카메라 속 마지막 사진들은 충격적이었다. 민호는 우연히 산에서 불법 거래 현장을 목격했고, 증거를 남겼다. 사진 속 인물들은 모두 도시에서 유명인사들이었다.
마지막 폴더에는 'For 유진'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있었다.
"유진아, 이 영상을 보고 있다면... 내가 네게 남긴 단서를 찾아낸 거겠지. 항상 내 사진을 유심히 보던 네가 알아차릴 거라 믿었어. 이 증거들을 경찰에게 전해줘. 그리고... 미안해. 우리의 제주도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그날 이후, 나는 매일 민호의 사진을 들여다본다. 경찰은 범인들을 체포했지만, 민호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찍은 사진들 사이에서, 때로는 멀리서 누군가 나를 지켜보는 느낌이 든다. 그때마다 나는 카메라를 들어 셔터를 누른다. 언젠가 그 사진들 속에서 민호를 다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