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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사친소개팅

남사친의 소개팅: 오해의 저녁

지훈의 전화가 걸려온 건 내가 립스틱을 고르고 있을 때였다. "어, 소영아. 오늘 소개팅 잘 되라고 응원하려고. 너무 긴장하지 마." 그의 목소리에는 평소와 다른 무언가가 묻어 있었다. 10년 지기 남사친의 목소리를 알아채지 못할 리 없었다.

"고마워, 근데 왜 목소리가 이상해? 너도 소개팅이라도 있어?" 농담처럼 던진 말에 침묵이 이어졌다. "아니, 그냥 좀 피곤해서. 아, 맞다. 그 남자 인스타그램 좀 봤는데 괜찮아 보이더라." 지훈의 말꼬리가 이상하게 흐려졌다.

카페에 들어서자 창가에 앉아 있는 남자가 보였다. 사진보다 더 호감형이었다. 자기소개를 나누며 대화가 시작됐고, 의외로 대화가 잘 통했다. 그러다 문득 창밖을 바라보니 우연히 지나가는 지훈이 보였다. 아니, 우연이 아니었다. 그는 분명 이 카페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저기... 잠깐만요."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카페 밖으로 나갔다. "지훈아, 너 여기서 뭐 해?" 놀란 표정으로 그가 뒤돌아봤다. "아... 그냥 지나가다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그가 말했다.

"거짓말. 네가 이 동네 올 일이 뭐가 있어?" 그의 시선이 흔들렸다. 십 년 동안 친구로 지내온 그에게서 처음 보는 표정이었다. "사실은..." 그가 말을 꺼내려는 순간, 소개팅 상대가 카페 밖으로 나왔다.

"괜찮으세요? 오래 기다려서..." 그가 물었다. 지훈은 그를 한 번 쳐다보고는 내게 작게 속삭였다. "나중에 전화할게." 그리고 서둘러 사라졌다.

소개팅은 그럭저럭 잘 마무리됐지만, 내내 지훈의 이상한 행동이 마음에 걸렸다.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누웠을 때, 지훈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미안해. 사실 네가 소개팅 한다고 했을 때부터 이상하게 마음이 복잡했어. 10년 동안 친구로 지내면서 한 번도 말 못했는데... 네가 다른 남자를 만나는 걸 보니까 질투가 났어.'

화면을 보며 한참을 망설였다. 갑자기 10년 동안 쌓아온 우정의 무게가 다르게 느껴졌다. 친구라는 이름으로 가려져 있던 감정들이 한꺼번에 물밀듯이 밀려왔다. 평소 지훈을 볼 때마다 느꼈던 안정감과 설렘이 사실은 우정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화기를 들었다 놓기를 세 번 반복한 후, 마침내 용기를 내어 그의 번호를 눌렀다. 신호음이 울리는 동안, 우리의 10년이 어떻게 바뀔지 아무도 몰랐다. 다만 확실한 것은, 오늘 밤 이후로 '남사친'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는 사실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