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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사친애니

남사친의 비밀, 애니 속으로

가장 친한 친구의 방에서 우연히 발견한 USB가 내 세계관을 뒤흔들었다. "이게 뭐야, 준호야?" 내 목소리가 떨렸다. 화면에는 내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애니메이션이 재생 중이었고, 그 속에서 움직이는 캐릭터는 분명... 나였다.

"제발 그냥 나가줄래?" 준호의 목소리에는 처음 듣는 날카로움이 묻어있었다. 방 안에 가득한 피규어들과 포스터들이 갑자기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10년 지기 남사친인 준호가 내가 모르는 세계를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다.

"넌 이해 못 할 거야." 그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난 네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 화면 속에서 나를 닮은 캐릭터는 초자연적인 능력을 가진 히로인으로 악당들과 싸우고 있었다. 그림체는 놀라울 정도로 섬세했고, 움직임은 생동감이 넘쳤다.

"이건... 네가 만든 거야?" 믿기지 않았다. 우리 학교에서 가장 평범한, 항상 농구만 하던 준호가 이런 세계를 창조했다니.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2년 전부터. 매일 밤, 너와 헤어진 후에."

그의 책상 위에는 스케치북이 켜져 있었다. 그 안에는 내가 웃고, 울고, 화내는 수십 가지 표정이 세밀하게 포착되어 있었다. "네가 모르는 사이, 난 네 모든 표정을 기억하고 있었어." 준호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근데 왜 나야? 왜 내가 히로인이야?" 질문에 그는 처음으로 내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왜냐하면... 넌 내 세계의 중심이니까." 그 순간 깨달았다. 10년간 '그냥 친구'라고만 생각했던 그의 마음을.

애니메이션은 계속 재생되고 있었다. 화면 속 나는 준호를 닮은 듯한 캐릭터를 구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싸우고 있었다. "이건 내가 절대 말하지 못할 이야기야," 그가 말했다. "현실에선 항상 내가 널 지키는 남사친이지만, 내 상상 속에선... 네가 나를 구해."

손을 뻗어 스케치북을 넘겼다. 수백 장의 스토리보드와 캐릭터 디자인. 그동안 농구 연습한다며 사라졌던 시간들, 피곤해 보이던 눈가의 다크서클, 항상 붕대가 감겨있던 손가락들... 모든 것이 이 작품을 위한 것이었다.

"이거 정말... 아름답다." 내 말에 그의 눈이 커졌다. 아마도 경멸이나 놀림을 예상했던 것 같았다. 하지만 화면 속 우리는 너무나 당당했고, 그 세계는 너무나 매혹적이었다. "계속 보여줘. 내 이야기를."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준호의 얼굴에 조심스러운 미소가 번졌다. 남사친의 비밀 세계로 들어가는 순간, 우리의 10년 우정은 새로운 차원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