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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사친여사친

남사친과 여사친: 말하지 못한 진실

"우린 그냥 친구야." 나는 열다섯 번째로 같은 말을 반복했다. 어머니의 눈빛에서 의심이 사라지지 않았다. 민지와 찍은 사진을 보며 싱긋 웃는 어머니의 표정이 불편했다. 하지만 진짜로, 우리는 그저 친구였다. 적어도 그때까지는.

민지는 내 '여사친'이었고, 나는 그녀의 '남사친'이었다. 이상하게도 우리 둘 다 그 호칭을 좋아했다. 단순히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데도, 꼭 성별을 앞에 붙이는 그 관계가 우리 사이에 미묘한 경계선을 그어주는 것 같았다. 넘지 말아야 할, 아니면 언젠가는 넘어야 할 선.

"오늘 저녁에 뭐해?" 민지의 카톡이 왔다. 금요일 저녁, 그녀가 물어본다는 건 계획이 있다는 뜻이었다. "없는데?" 나는 항상 그랬듯 솔직하게 답했다. 사실 그녀가 연락할 것을 알고 기다렸다. 항상 그랬으니까.

"그럼 영화 볼래? 아까 티켓 두 장 생겼어." 민지의 이 '우연한' 제안들이 얼마나 계산된 것인지는 우리 둘 다 모르는 척했다. 영화관 안에서 우리의 팔이 부딪힐 때마다, 그 따스함을 즐기면서도 우린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영화가 끝나고 밤거리를 걸었다. 가을바람이 차가웠다. 민지가 살짝 떨자 내 자켓을 벗어 그녀의 어깨에 둘렀다. "고마워, 역시 내 남사친."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그 말에 가슴이 아려왔다. '남사친'이란 단어가 점점 무거워졌다.

"우리 그냥... 계속 이렇게 지낼 거야?" 용기를 내어 물었다. 민지는 걸음을 멈추고 나를 바라봤다. 가로등 불빛 아래 그녀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어떻게?" 그녀가 물었지만,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친구로? 남사친과 여사친으로?" 내 목소리가 떨렸다.

민지는 한참을 침묵했다. 그때 그녀의 손이 내 손을 찾아왔다. 차가운 그녀의 손가락이 내 손가락 사이로 미끄러져 들어왔다. "난 항상 네가 '남사친'이라는 안전한 울타리 안에 머물러 주길 바랐어. 그게 널 잃지 않는 방법이라고 생각했거든."

"근데 이제 알겠어," 그녀가 계속했다. "우리가 만든 그 경계선이, 사실은 우리가 진짜 원하는 걸 피하는 변명이었다는 걸."

밤하늘에 별들이 빛났다. 우리는 더 이상 '남사친'과 '여사친'이 아니었다. 어쩌면 그런 적은 한 번도 없었는지도 모른다. 손을 꼭 잡은 채, 우리는 오랫동안 그어왔던 선을 함께 건넜다. 가끔은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 법이다. 하지만 그날 밤, 우리는 마침내 서로를 제대로 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