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사친의 오컬트 일기: 너와 나 사이의 미스터리
"진짜 내 말 믿어. 이건 그냥 우연이 아니야." 민준이가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의 손에는 오래된 펜듈럼이 가느다란 실에 매달려 천천히 회전하고 있었다. 우리가 남사친 여사친으로 10년을 지내오는 동안, 이런 표정은 처음 보는 것 같았다.
민준이가 갑자기 오컬트에 빠진 건 그의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부터였다. 처음엔 단순한 위로 수단으로 생각했다. 사람은 설명할 수 없는 상실감을 마주했을 때 초자연적인 것들에 의지하게 된다고. 하지만 세 달이 지난 지금, 그의 방은 타로 카드와 크리스탈, 주술서로 가득 찼다. 매일 밤 그는 나에게 텔레파시를 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네가 항상 내 생각을 할 때마다 난 알 수 있어. 어젯밤엔 네가 파란 드레스를 입고 있었지?" 그가 물었다.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어제 새로 산 파란 원피스를 입고 거울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다 침대에 누워 민준이에게 문자를 보낼까 고민했었다. 하지만 결국 보내지 않았다.
"그냥 운이 좋았던 거야." 내가 대꾸했지만, 목소리가 흔들렸다.
민준이의 방은 향초 냄새로 가득했다. 라벤더와 세이지가 뒤섞인 묘한 향기가 코끝을 자극했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에 그의 얼굴이 반쯤 그림자에 가려져 있었다. 익숙한 얼굴인데도 순간 낯설게 느껴졌다.
"이제 우리가 단순한 친구가 아니라는 걸 인정할 때가 된 것 같아." 그가 펜듈럼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우리는 영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전생에서부터."
웃음이 나왔다. 항상 과학적이고 이성적이던 민준이가, 내 짝사랑을 몰래 견디던 10년 동안의 남사친이, 갑자기 전생을 이야기하다니.
"증명해봐." 내가 도전적으로 말했다.
그는 서랍에서 작은 노트를 꺼냈다. 날짜별로 정리된 예측들. 내가 입었던 옷, 먹었던 음식, 꿨던 꿈까지. 모두 맞았다. 마지막 페이지에는 오늘 날짜와 함께 한 줄이 적혀 있었다.
"오늘 그녀는 마침내 고백할 것이다."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내 손을 잡았다. 손바닥이 따뜻했다.
"이건 진짜 오컬트가 아니야." 그가 속삭였다. "너의 매일 밤 일기장. 네가 항상 베개 밑에 숨겨두는 보라색 공책. 3개월 전부터 매일 밤 몰래 읽었어."
분노와 당혹감, 그리고 이상하게도 안도감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내 비밀을 훔쳐본 그를 때려주고 싶은 마음과 동시에, 마침내 모든 것이 끝났다는 해방감이 느껴졌다.
"그래서... 이 모든 오컬트 놀음은?" 내가 물었다.
"네가 초자연적인 것들에 관심 있다고 일기에 썼잖아. 그래서 시작했어. 하지만 지금은..." 그가 머뭇거리며 말했다. "지금은 진짜로 우리가 운명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해."
창밖에서 갑자기 천둥이 울렸다. 오컬트와 현실 사이, 우정과 사랑 사이, 그 모호한 경계에서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때로는 가장 미스터리한 것이 가장 가까이에 있는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