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사친의 자기계발: 너를 위한 변화
"네가 나를 좋아하는 걸, 나도 알아."
민준의 말에 나는 커피잔을 떨어뜨릴 뻔했다. 우리 사이에 흐르는 공기가 갑자기 무거워졌다. 창밖으로 가을 낙엽이 춤추며 떨어지는 모습이 보였지만, 내 시선은 그의 차분한 갈색 눈동자에 고정되어 있었다. 10년 지기 남사친이 던진 폭탄 같은 한마디.
"무... 무슨 소리야?" 내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민준은 자신의 태블릿을 내게 건넸다. 화면에는 '민지에게 고백하는 방법'이라는 제목의 문서가 열려 있었다. 스크롤을 내리자 'STEP 1: 민지의 취향 분석', 'STEP 2: 대화 시뮬레이션', 'STEP 3: 최적의 고백 장소 선정' 등의 항목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었다. 심지어 마지막에는 '실패 시 대응 방안'까지 있었다.
"이게 뭐야?" 내가 물었다.
"자기계발이야." 그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너에게 고백하기 위한 자기계발 프로젝트."
민준은 지난 3개월 동안 이 프로젝트에 매진했다고 설명했다. 책을 읽고, 영상을 보고, 심지어 연애 코칭까지 받았다. 처음에는 웃음이 나왔지만, 곧 가슴이 뜨거워졌다. 그가 나를 위해 그토록 진지하게 노력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왜 갑자기 이런 걸 시작한 거야?" 내가 물었다.
"갑자기가 아니야." 그가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네가 지난번에 '난 항상 계획 없이 사는 남자는 싫어'라고 했잖아. 그때 깨달았어. 내가 널 얻기 위해선 체계적인 계획이 필요하다는 걸."
그 순간 나는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3개월 전 그 말은 내가 보고 있던 드라마의 대사를 무심코 인용한 것뿐이었다.
"그런데 이 계획서대로라면," 내가 마지막 페이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오늘은 그냥 내 반응을 살피는 날이잖아. 고백은 다음 주 토요일로 예정되어 있는데?"
민준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게... 너무 긴장해서 계획보다 일찍 말해버렸어."
나는 그의 태블릿을 다시 넘겨보았다. 마지막 페이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최종 목표: 민지를 행복하게 만들기'
"바보야." 내가 속삭였다. "네가 필요한 건 자기계발이 아니라 자신감이었어."
그리고 나는 10년 동안 기다려온 순간을 더 이상 미루지 않기로 했다. 때론 가장 완벽한 계획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