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남사친: 우리가 알지 못했던 웃음의 이유
장례식장에서 웃음이 터진 건 모든 일의 시작이었다. 동창회 단톡방에 '김준호 사망'이라는 소식이 올라왔을 때, 난 한참을 핸드폰만 쳐다보았다. 그리고 다음 날, 이상하게도 난 그의 장례식장에서 참을 수 없는 웃음을 터뜨렸다.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나는 손으로 입을 가리며 장례식장을 빠져나왔다. 한 여름의 아스팔트 열기가 얼굴을 덮쳤다. 나의 남자사람친구, 남사친이라 불렀던 준호는 이제 없다. 그런데 왜 나는 웃고 있는 걸까?
준호와 나는 10년지기 친구였다. 그는 내 연애 상담을 들어주고, 내가 차였을 때 밤새 전화를 받아주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장례식장을 빠져나온 나는 갑자기 깨달았다. 난 준호의 진짜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것을.
"너 알아? 준호가 네 생일 때마다 일주일 전부터 선물 고르느라 잠도 못 잤던 거." 공통 친구인 민수가 술집에서 내게 말했다. "너 우울할 때마다 몰래 코미디 영상 편집해서 보내준 것도 준호야. 그 '재밌는 익명의 천사'가."
갑자기 기억의 퍼즐 조각들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취업에 실패하고 우울해하던 날, 매일 아침마다 도착한 익명의 코미디 콘텐츠들. 그 모든 것이 준호였다. 그는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않은 채 나를 웃게 만들었다.
나는 그의 아파트를 방문했다. 관리인의 도움으로 들어간 그곳에는 놀라운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벽 한쪽이 '민지를 웃게 하는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보드로 가득했다. 백 가지가 넘는 아이디어와 실행 계획들. 그리고 탁자 위에는 완성되지 못한 영상 편집 파일이 열려 있었다.
컴퓨터를 켜자 바탕화면에 'Last Mission'이라는 폴더가 있었다. 클릭하자 준호의 얼굴이 화면에 나타났다.
"안녕, 민지야. 이 영상을 보고 있다면 나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겠지? 심장병이 악화됐다는 얘기는 못 했어. 네가 걱정할까 봐. 하지만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부탁할게. 내 장례식에서 울지 마. 웃어줘. 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건 네 웃는 모습이니까."
화면이 꺼지고 눈물이 볼을 타고 흘렀다. 그제서야 이해했다. 장례식장에서의 웃음은 우연이 아니었다. 그것은 준호가 마지막으로 나에게 준 선물이었다. 그는 자신의 죽음조차 나를 위한 마지막 코미디로 만들었던 것이다.
이제 매일 아침, 나는 스스로를 웃게 만드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 때로는 누군가를 웃게 만드는 것이 진심을 전하는 가장 용감한 방법이라는 것을, 그 재밌는 남사친이 가르쳐 주었으니까. 그리고 언젠가 우리가 다시 만날 때, 나는 그에게 그동안 모은 웃음의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