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사친의 출근: 매일 아침이 시작되는 방식
그의 메시지는 언제나 내 알람보다 3분 먼저 도착했다. "오늘도 출근 화이팅! 커피 한 잔 들고 가." 손에 익숙한 휴대폰 무게가 느껴지고, 눈을 비비며 확인한 메시지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10년 지기 남사친 민우는 내 직장생활의 숨은 조력자였다.
아침 7시 30분, 아파트 입구에서 우리의 일상적 만남이 시작된다. 같은 건물, 다른 회사, 비슷한 출근 시간. 이것이 우리의 연결고리다. 오늘도 어김없이 그는 두 개의 아메리카노를 들고 서 있었다. 가을비가 내리는 아침, 우산 아래 그의 검은 코트와 흰 셔츠가 평소보다 선명하게 다가왔다.
"오늘 프로젝트 발표지? 걱정 마, 넌 할 수 있어." 민우는 내 긴장된 표정을 단번에 읽어냈다. 그의 말에는 언제나 묘한 안정감이 깃들어 있었다. 버스 안에서 우리는 각자의 하루를 계획했다. 그의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희미하게 내 귀에도 들렸다. 친숙한 멜로디, 친숙한 목소리, 친숙한 거리.
"사실... 어제 준비한 발표 자료가 완벽하지 않아서..." 내 목소리가 떨렸다. 민우는 아무 말 없이 자신의 노트북을 꺼내 내 발표 자료를 열었다. 그리고는 10분 동안 군더더기 없이 핵심만 짚어 수정해주었다. 10년간의 우정은 말이 필요 없는 순간들로 가득했다.
회사 앞에 도착했을 때, 그가 자신의 우산을 내게 건넸다. "난 사무실까지 뛰어갈게. 넌 발표 자료 망치면 안 되니까." 그리고는 웃으며 비를 맞으며 달려갔다.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상한 감정이 솟구쳤다. 10년간 보아온 뒷모습인데, 오늘따라 낯설게 느껴졌다.
회사에 도착해 커피를 마시며 수정된 발표 자료를 검토했다. 민우의 손길이 닿은 부분마다 생각보다 훨씬 좋아져 있었다. 그리고 파일 마지막 페이지에는 적혀있지 않던 메모가 추가되어 있었다.
"지현아, 10년 동안 매일 같은 시간에 출근하면서 하고 싶었던 말이 있어. 오늘 발표 끝나고 지하철역 앞 카페에서 기다릴게."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출근길에 느꼈던 그 낯섦의 정체가 명확해졌다. 창밖으로 아침 비가 그치기 시작했다. 내일의 출근길은 오늘과 같을까, 아니면 완전히 달라질까. 우리의 10년은 새로운 일상의 문턱에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