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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사친회사

남사친과 회사: 경계선의 흐릿함

그의 메시지가 도착한 순간, 내 휴대폰 화면이 회사 컴퓨터 모니터보다 더 밝게 빛났다. "오늘 저녁, 시간 돼?" 단지 다섯 글자였지만, 내 심장은 마치 프레젠테이션 직전처럼 쿵쾅거렸다.

민준은 '그저 남사친'이라는 라벨을 10년째 달고 있었다. 대학 동기로 시작해 이제는 서로의 모든 실패와 성공을 목격한 증인이 되었다. 그가 첫 사업에 실패했을 때 술을 같이 마셨고, 내가 승진했을 때 축하 꽃다발을 들고 사무실에 나타난 것도 그였다.

"오늘 좀 특별한 얘기가 있어." 그의 두 번째 메시지. 오피스 의자에 앉아 나는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옆자리 동료가 슬쩍 내 화면을 훔쳐보며 눈썹을 치켜올렸다.

"또 그 남사친?" 그녀가 속삭였다. "그냥 사귀어."

회사 공기는 차가웠지만, 내 얼굴은 뜨거웠다. 남사친과의 경계선은 항상 애매했다. 밤늦게 주고받는 카톡, 주말마다 만나는 영화관람, 서로의 부모님까지 아는 사이. 하지만 우리는 그 선을 넘지 않았다. 어쩌면 두려워서였을까. 아니면 이미 완벽한 관계를 망치기 싫어서였을까.

점심시간, 회사 구내식당에서 동료들과 앉아 밥을 먹으며 나는 생각에 잠겼다. 옆자리에서는 팀장이 다가오는 분기 목표에 대해 열을 올리고 있었지만, 내 머릿속은 오직 오늘 저녁에 대한 상상으로 가득했다.

"혹시 민준이 고백하려는 걸까?" 커피를 마시며 내 상상은 날개를 달았다. 하지만 다음 순간, 차가운 현실이 밀려왔다. "아니면 다른 여자 얘기를 하려는 걸지도."

회사 컴퓨터 앞에서 나는 엑셀 시트를 열심히 들여다보았지만, 숫자들은 그저 흐릿한 점들로만 보였다. 업무 메일은 읽지 않은 채로 쌓여갔고, 회의는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시계만 자꾸 쳐다보게 됐다.

퇴근 시간, 나는 평소보다 더 꼼꼼히 화장을 고쳤다. 회사의 형광등 아래서 립스틱을 다시 바르는 내 모습이 화장실 거울에 비쳤다. "이건 그냥 평범한 저녁 약속일 뿐이야," 내가 거울 속 나에게 중얼거렸다.

약속 장소에 도착했을 때, 그는 이미 와 있었다. 평소와 달리 정장 차림이었고, 테이블 위에는 작은 꽃다발이 놓여 있었다. 내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드디어 왔네," 그가 미소지었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야."

그가 내 손을 잡았다. 그 순간 깨달았다. 회사에서의 내 모든 성취보다, 이 순간이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경계선이라는 것을. 남사친과 연인 사이의, 과거와 미래 사이의, 안전지대와 모험 사이의 그 희미한 경계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