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친과 귀신: 그가 안 보이는 세계
그날 밤, 내 남친은 내가 보지 못하는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도서관 늦은 자습 후 함께 귀가하던 길이었다. 갑자기 주원이가 발걸음을 멈추고 어둠 속을 응시했다. 그의 눈동자가 무언가를 따라 움직였다.
"왜 그래? 뭐 보여?" 내가 물었다.
"아니... 아무것도." 그의 목소리는 떨렸고, 손바닥에선 식은땀이 배어나왔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그 일 이후로 주원이는 달라졌다. 문득문득 허공을 응시하거나, 아무도 없는 곳에 인사를 건네는 것 같았다. 가끔은 혼자 있을 때 누군가와 대화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남친이 정신적 문제를 겪고 있는 걸까, 걱정이 커져갔다.
어느 날 밤, 주원이의 집에서 영화를 보고 있었다. 갑자기 그가 내 귀에 속삭였다. "움직이지 마. 네 뒤에 있어."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차가운 기운이 내 목덜미를 스쳤다. 주원이는 천천히 일어나 허공을 향해 말했다. "제발 그만해요. 그녀를 놀라게 하지 마세요."
그날 밤, 주원이는 모든 걸 털어놓았다. 어릴 적부터 그는 '그들'을 볼 수 있었다고. 죽은 사람들의 영혼, 이 세상에 미련을 두고 떠나지 못한 귀신들을. 대부분은 그저 지나갈 뿐이지만, 가끔은 도움을 청하거나 그의 관심을 끌려 한다고 했다.
"네가 도서관에서 공부할 때마다 한 여학생이 네 옆에 앉아. 교복을 입은 채로. 항상 너의 공부를 지켜봐." 주원이의 말에 등골이 오싹했다. 우리 학교 교복은 10년 전에 디자인이 바뀌었다.
처음엔 믿기 힘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주원이가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는 내가 모르는 이야기들,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보이지 않는 일들을 알고 있었다.
어느 날, 주원이가 말했다. "네 할머니가 걱정하지 말라고 해. 네가 잘 지내는 걸 자랑스러워하셔."
할머니는 내가 중학생 때 돌아가셨다. 아무도 모르는 할머니와 나만의 비밀 신호를 주원이가 정확히 묘사했을 때, 더 이상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사람들은 남친에게 원하는 건 따뜻한 포옹과 사랑의 속삭임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 남친은 두 세계 사이에 서 있고, 때로는 살아있는 나보다 죽은 이들에게 더 필요한 존재가 된다. 이제 나는 주원이가 허공에 대고 말할 때면 누구와 이야기하는지 물어본다. 때로는 메시지를 전해주기도 한다.
어젯밤, 자려고 누웠을 때 주원이가 내 이마에 키스하며 속삭였다. "걱정 마, 네 할머니가 오늘도 너를 지켜보고 계셔." 잠들기 전 방 구석을 향해 미소 지었다. 보이지 않는 세계가 항상 우리 곁에 있다는 것을, 이제 나는 알게 되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