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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귀신

남편의 귀신: 살아있는 부재

남편이 돌아왔다고 생각한 날, 나는 처음으로 귀신을 보았다. 현관문 소리가 들렸을 때 처음엔 착각인 줄 알았다. 민수가 출장을 떠난 지 이제 겨우 사흘째였으니까. 하지만 문이 열리고 익숙한 구두 소리가 복도를 따라 걸어오자, 가슴이 쿵쾅거렸다.

"민수야?" 내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떨렸다.

대답은 없었다. 대신 차가운 기운이 부엌에서 거실로 번졌다. 10월의 저녁인데도 갑자기 창문 가까이 서 있는 것처럼 한기가 느껴졌다. 거실 모퉁이에 서 있는 남편의 실루엣이 보였다. 그림자 같은 형체였지만, 분명 민수의 키와 어깨선이었다.

"또 깜짝 놀라게 하려고 일찍 왔어? 불이라도 켜지."

스위치를 누르자 방 안이 밝아졌다.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분명히 봤는데. 남편이 좋아하는 커피 향이 희미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현관에는 늘 벗어두던 자리에 민수의 구두가 놓여 있었다.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세 번의 신호음 후 민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 무슨 일이야? 이제 회의 들어가려던 참인데."

"지금... 집에 있지 않아?"

"내가 왜 거기 있어. 싱가포르에 있다니까. 내일 저녁에 도착한다고 문자 보냈잖아."

통화를 끊고 현관으로 달려갔다. 구두는 사라져 있었다. 내 머릿속도 함께 텅 비어버린 것 같았다.

그날 밤부터 남편의 흔적이 집 안 곳곳에서 나타났다. 책상 위에 올려진 안경, 욕실에 걸린 젖은 수건, 침대 한쪽의 살짝 움푹 패인 자국. 그리고 항상 민수가 있던 자리에서는 희미한 숨소리가 들렸다.

다음 날, 동네 무당을 찾아갔다. 그녀는 내 말을 듣고 슬픈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직 모르시는군요. 귀신은 죽은 사람만 되는 게 아니랍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살아있어도 마음이 떠난 사람의 껍데기는 귀신이 될 수 있어요. 당신 남편은 몸은 싱가포르에 있을지 몰라도, 영혼은 이미 다른 곳에 가 있는 거지요."

집에 돌아와 민수의 서랍을 열었다. 그동안 눈치채지 못했던 향수가 묻은 편지들과 낯선 여자와 함께 찍은 사진들이 가득했다. 문득 침대 맡에서 휴대폰 알림음이 울렸다. 싱가포르에서 보낸 민수의 문자였다.

"여보, 얘기할 게 있어. 내일 만나서 이야기하자."

창밖을 바라보니 부엌 창문에 민수의 얼굴이 어른거렸다. 하지만 그건 내 남편이 아니었다. 그저 우리 집에 출입하던 남편의 껍데기, 우리 결혼생활의 귀신일 뿐이었다. 가장 무서운 귀신은 항상 우리 가장 가까이에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