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남사친 - 그리고 내가 모르는 진실
남편의 휴대폰에서 "남사친"이라는 이름의 연락처를 발견한 건 우연이었다. 핸드폰 배터리가 방전되어 남편 것을 잠시 빌렸을 뿐인데, 카카오톡 알림이 떴다. '남사친: 오늘도 고마워. 너무 행복했어.'
손가락이 얼어붙었다. 스크롤을 내리자 둘 사이의 대화 내용이 눈앞에 펼쳐졌다. 주말마다 만나는 약속, 서로를 향한 그리움의 메시지들, 그리고 찍어 보낸 사진들. 남편과 낯선 남자가 함께 찍은 셀카에서 둘은 활짝 웃고 있었다. 행복해 보였다. 내가 본 적 없는 미소였다.
창문 밖으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빗방울이 유리창에 부딪히는 소리가 내 심장 소리와 겹쳤다. 7년 동안의 결혼 생활이 한순간에 의심으로 뒤덮였다. 남편이 바람을 피우고 있는 걸까? 그것도 남자와? 손가락이 떨리면서도 더 많은 증거를 찾기 위해 메시지를 계속 살폈다.
"다음 주 일요일에는 꼭 와. 애들이 너무 보고 싶어해."
애들? 혼란스러움이 더해졌다. 남편은 누군가의 아이들을 만나고 있었나? 비밀 가정이라도 있는 건가? 심장이 더 빠르게 뛰었다. 사진을 더 찾아보니 남편과 그 남자, 그리고 두 아이들이 함께 찍은 사진이 있었다. 낯선 아이들의 웃는 얼굴이 나를 바라보는 것 같았다.
현관문 소리가 들렸다. 남편이 돌아왔다. 빗물에 젖은 머리카락을 털며 들어온 그는 내 손에 있는 자신의 핸드폰을 보고 얼어붙었다.
"설명해." 목소리가 떨렸다.
남편은 한숨을 쉬더니 주저앉았다. "말하려고 했어... 타이밍을 찾고 있었는데."
그가 털어놓는 이야기는 내 예상과 완전히 달랐다. '남사친'은 대학 시절 친구였고, 그의 파트너가 세상을 떠난 후 혼자 두 입양 아이를 키우고 있었다. 남편은 일주일에 한 번, 그 아이들의 '삼촌' 역할을 해주고 있었던 것이다.
"너에게 말하지 않은 건... 우리가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현실에 너무 상처받을까 봐 걱정했어. 내가 다른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걸 알면 더 힘들어할까 봐..."
그 순간 내 마음속 의심의 얼음이 녹아내렸다. 비가 그치고 창문으로 햇살이 비추기 시작했다. 남편의 손을 잡으며 물었다. "그 아이들... 다음 주에 나도 함께 만나볼 수 있을까?"
때로는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진실 속에서, 예상치 못한 새로운 시작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날 이후, '남사친'의 연락처는 내 핸드폰에도 저장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