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썸타기: 평행선을 넘어
그녀가 남편의 휴대폰을 들었을 때, 모든 것이 정지된 것만 같았다. 화면에 떠 있는 알림은 단 한 줄이었지만, 열다섯 해 동안 쌓아 올린 신뢰가 무너지는 소리는 귀청이 터질 듯했다. '경아님♥: 오늘도 좋은 꿈 꾸세요. 내일 점심 약속 기대할게요.'
민지는 식탁 의자에 주저앉았다. 남편 현우가 누군가와 '썸'을 타고 있다고? 버섯찌개가 보글보글 끓는 소리만이 무겁게 내려앉은 침묵을 깨트렸다. 저녁 식사 준비를 하다 남편에게 전화가 왔던 것을 확인하려 휴대폰을 들었을 뿐인데, 이제 그녀의 손바닥 위에는 결혼생활의 균열이 놓여있었다.
"누구야?" 문을 열고 들어온 현우에게 묻자마자 민지의 목소리가 떨렸다. 현우의 얼굴이 순간 창백해졌다. 그는 답 대신 한숨을 내쉬며 소파에 앉았다.
"설명할 수 있어." 그의 목소리는 낮고 무거웠다.
현우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는 민지가 상상했던 불륜과는 달랐다. 경아는 현우의 고등학교 동창이자, 현재 심리 상담사였다. 자신이 최근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는 것. 민지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아 비밀로 했다는 것. 경아에게 상담을 받고 있었다는 것.
"네가 얼마나 힘들게 회사 다니는지 알아. 내 문제까지 네게 짐 지우고 싶지 않았어." 현우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민지는 잠시 침묵했다. 그녀가 놓치고 있던 신호들이 이제야 보였다. 늦은 귀가, 감소한 대화, 침대에서의 거리감. 그녀는 그것을 바쁜 업무 탓으로만 여겼다.
"왜 나한테 말하지 않았어?" 민지가 물었다.
"네가 실망할까 봐. 나약한 남편으로 보일까 봐." 현우의 대답은 단순했지만, 그 안에는 우리 사회가 남성에게 강요하는 모든 무게가 담겨 있었다.
민지는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그녀가 질투했던 '썸타기'는 실은 남편의 고통스러운 자기 회복의 여정이었다. 그녀는 현우의 손을 잡았다. 따뜻했다. 15년 전 처음 잡았을 때처럼.
"당신, 우리 사이에 평행선 그리지 마. 당신 우울증이 수치스러운 게 아니야. 내게 기대도 돼." 민지의 목소리가 부드러워졌다.
버섯찌개는 이미 식었지만, 그날 밤 그들의 대화는 오랜만에 뜨거웠다. 때로는 '썸'이라 오해받을 만한 관계가 실은, 더 깊은 이해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 민지는 그날 밤 깨달았다. 진짜 사랑은 상대방의 평행선을 인정하되, 그 선을 함께 걸어주는 용기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