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의 이별: 드러나지 않은 진실
"남편이 떠난 날, 나는 비로소 숨을 쉴 수 있었다." 신문을 넘기던 그 날, 내 손가락이 멈췄다. 내게도 오겠지, 언젠가는. 이런 자유. 남편과의 이별이라는 것. 나는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 집 냉장고에는 항상 정갈하게 정리된 음식들이 들어 있다. 유통기한별로, 색깔별로. 남편이 좋아하는 방식이었다. 적어도 그가 떠나기 전까지는. 이제 내 냉장고는 반쯤 먹다 만 요거트와 시들어가는 샐러드로 채워져 있다. 자유롭게 무질서하게.
에어컨 소리가 거실에 울려 퍼진다. 18도. 남편이 고집하던 온도다. 나는 항상 추웠지만, 그는 더위를 참지 못했다. 리모컨을 집어 들고 24도로 올린다. 내 몸이 처음으로 이 집에서 따뜻함을 느낀다.
"그런데 당신... 왜 갔을까?" 빈 소파를 향해 중얼거린다. 다섯 번째 결혼기념일을 일주일 앞두고 그는 출장을 떠났다. 그리고 돌아오지 않았다. 전화도, 메시지도 없이. 그저 변호사를 통해 이혼 서류만 보내왔을 뿐.
책장에서 우리의 결혼 앨범을 꺼내본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그의 미소가 점점 사라져가는 것이 보인다. 마지막 사진에서는 그저 카메라를 응시하는 공허한 눈동자만 남아있다. 내가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이별의 징후들.
서랍장을 정리하다 발견한 작은 메모장. 남편의 필체로 가득한 그것을 펼쳐본다. '11월 3일, 의사와 상담. 6개월에서 1년.' 그리고 그 아래 작은 글씨로, '그녀에게 알리지 말 것. 마지막을 슬프게 하고 싶지 않다.'
손이 떨린다. 달력을 본다. 오늘은 5월 2일. 그가 떠난 지 정확히 11개월째 되는 날. 갑자기 집 안의 고요함이 나를 압도한다. 식탁 위에 놓인 약병들, 화장실 휴지통에 버려진 피 묻은 티슈, 그가 "출장"이라고 말했던 병원 영수증. 전부 내가 외면했던 것들.
남편의 마지막 문자를 다시 읽는다. "나 좀 늦을 것 같아. 너무 기다리지 마." 그는 진실을 말했다. 영원히 늦을 것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나는 여전히 그를 기다리고 있다.
창밖으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이제야 깨닫는다. 그가 선택한 이별은 나를 위한 마지막 사랑의 표현이었음을. 내가 슬퍼할 시간을 빼앗지 않기 위해, 그는 홀로 아픔을 감내했다.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며 중얼거린다. "당신 없이 사는 법을 배우고 있어요. 하지만 오늘만큼은... 당신을 기억하며 건배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