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속의 남사친: 우리가 들었던 마지막 멜로디
지훈의 목소리가 고막을 탔을 때, 내 심장은 이미 그의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단지 내 '남사친'이었을 뿐이다. 대학 합창단에서 만난 우리는 환상의 하모니를 자랑했다. 사람들은 우리의 음색이 완벽하게 어우러진다고 말했지만, 아무도 내 마음속 불협화음은 알지 못했다.
"이번 주말에 같이 노래 연습할래? 솔로 파트 좀 도와줘." 그의 카톡이 새벽 1시에 도착했다. 손가락이 화면 위에서 떨렸다. '그래, 토요일 2시에 연습실에서 보자.' 단순한 대답에 얼마나 많은 망설임이 숨어있었는지.
연습실의 피아노 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졌다. 그가 이미 와 있었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황금빛 오후 햇살이 그의 검은 머리카락 위에서 춤을 추었다. 지훈은 나를 보자 환하게 웃었다. 그 미소에 내 심장은, 그저 친구로만 바라봐달라고 애써 외치는 나의 이성과는 달리, 광기 어린 소나타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새로 쓴 노래가 있어. 들어볼래?" 그가 기타를 집어들었다. 첫 음이 울리자마자 나는 그 멜로디에 사로잡혔다. 애절하고 서정적인, 그러나 어딘가 쓸쓸함이 배어있는 노래였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럽게 방 안을 채웠다.
"누구한테 주려고 쓴 거야?" 노래가 끝나고 나는 무심코 물었다.
그는 잠시 침묵했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
순간 내 세계는 정지했다. 시간은 흘렀지만, 내 마음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얼굴에 미소를 띄우는 데 얼마나 많은 근육이 필요한지 그때 처음 알았다.
"와, 누군데? 내가 아는 사람이야?" 여전히 미소를 유지하며 물었다.
"비밀." 그가 장난스럽게 윙크했다. "하지만 이 노래로 고백하려고."
일주일 후, 합창단 공연 막바지에 깜짝 솔로 무대가 있을 거라는 소식이 들렸다. 지훈의 솔로였다. 그날 밤, 무대 위의 그는 그 어느 때보다 빛났다. 조명 아래 서서, 그가 연습실에서 들려주었던 그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을 때, 나는 알았다. 이것이 내가 그의 목소리를 '친구'로서 듣는 마지막 순간이라는 것을.
노래가 끝나고 그는 관객석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 노래는 특별한 사람을 위해 썼어요. 항상 내 곁에서 나를 지지해준 사람... 이제는 그 사람에게 내 마음을 전하고 싶어요."
숨을 참으며 기다렸다. 그의 시선은 천천히 나에게 고정되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는 옆자리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우리 합창단의 소프라노, 수아였다.
공연이 끝나고, 축하하는 사람들 틈에서 빠져나와 옥상으로 올라갔다. 차가운 밤바람이 눈물자국을 말려주었다. 그때 뒤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여기 있었구나." 지훈이었다. "수아가 고백을 받아줬어. 네가 첫 번째로 알아줬으면 해서..." 그의 목소리가 흥분으로 떨렸다.
나는 그를 향해 천천히 돌아섰다. 내 입술에는 완벽한 미소가 그려져 있었다. 하지만 내 마음속에서는, 우리가 함께 부르던 노래가 이제 영원히 솔로가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