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가 흐르는 병원
그가 깨어났을 때, 병원 천장에서는 노래가 비처럼 떨어지고 있었다. 마치 액체가 된 멜로디가 정맥주사처럼 그의 혈관으로 스며드는 기분이었다. 윤호는 자신이 어떻게 여기에 오게 되었는지 기억조차 없었다. 마지막으로 기억나는 것은 녹음실에서 마이크를 향해 목이 터져라 소리치던 순간뿐.
병실은 놀랍도록 조용했다. 그 조용함 속에서도 윤호의 귀에만 들리는 노래가 있었다. 약물 때문일까? 아니면 머리를 다쳐서? 간호사가 들어와 체크를 하는 동안에도 노래는 멈추지 않았다.
"간호사님, 음악이 들리나요?" 윤호가 물었다.
간호사는 고개를 갸웃했다. "음악요? 이 병동은 특별히 조용한 편인데요."
윤호의 침대 옆 차트에는 '성대 결절, 3주간 완전 발성 금지'라고 적혀 있었다. 프로 보컬리스트였던 그에게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진단이었다. 데뷔 10년 차, 그는 처음으로 침묵해야 했다.
다음 날, 윤호는 병원 복도를 걸었다. 그때였다. 소아과 병동에서 작은 소녀가 휠체어에 앉아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그의 마지막 히트곡이었다. 소녀의 목소리는 약했지만, 그 순수함이 윤호의 가슴을 찔렀다.
"아저씨, 가수 아저씨죠?" 소녀가 물었다.
윤호는 말 대신 미소로 답했다. 목소리를 낼 수 없었으니까.
"제 이름은 미래예요. 저도 노래 부르는 거 좋아해요. 하지만 의사 선생님이 제 심장이 아파서 크게 노래하면 안 된대요."
윤호는 병실로 돌아와 노트에 무언가를 적었다. 다음 날, 그는 미래의 병실을 찾았다. 그리고 노트를 보여주었다. '함께 노래할래요? 목소리 없이.'
그날부터 윤호는 매일 소아과 병동을 찾았다. 그는 손가락 동작과 몸짓으로 아이들에게 노래를 가르쳤다. 발성하지 않고도 음악을 느끼는 법을. 병원 복도는 점점 이상한 '무음 합창단'으로 채워졌다. 의사들은 처음엔 미심쩍어했지만, 아이들의 회복 속도가 빨라지는 것을 보고 놀랐다.
퇴원을 일주일 앞둔 날, 미래가 윤호에게 말했다. "아저씨, 제가 꿈을 꿨어요. 아저씨랑 저랑 같이 큰 무대에서 노래하는 꿈이요."
윤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밤, 그는 오랜만에 작곡을 했다. 목소리 없이, 머릿속에서만 울리는 멜로디로.
퇴원하는 날, 그는 자신의 프로듀서에게 전화했다. 문자 메시지로만 소통했다. '다음 앨범은 특별하게 만들고 싶어. 병원에서 만난 아이들과 함께.'
6개월 후, 윤호의 새 앨범 '침묵의 노래'가 발매됐다. 앨범에는 소아과 환자들과 함께 만든 '무음 합창' 영상이 포함되었다. 그리고 그 영상의 중심에는 미래가 있었다. 이제 그녀의 심장은 더 강해졌고, 드디어 작은 목소리지만 노래할 수 있게 되었다.
앨범은 역대급 히트를 쳤다. 윤호는 다시 무대에 섰지만, 이전과는 달랐다. 이제 그의 노래에는 병원에서 배운 침묵의 힘이 담겨 있었다. 가끔, 공연 중에 그는 귀에 들리는 이상한 노래를 느낀다. 그것은 아마도 병원 천장에서 비처럼 내리던 그 노래일 것이다. 인생의 가장 어두운 순간에 그를 깨운, 침묵 속에서만 들을 수 있는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