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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보드게임

노래하는 보드게임: 멜로디와 주사위 사이

올해의 보드게임 대회 결승전. 우승을 앞둔 순간, 테이블 위의 말들이 노래하기 시작했다. 아무도 그 현상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내게는 너무나 분명했다. 말들이 노래하는 건, 내가 미쳐가고 있다는 뜻이었다.

"진우야, 네 차례야. 주사위 굴려." 상대방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하지만 내 귀에는 플라스틱 말에서 흘러나오는 가녀린 멜로디만 가득했다. 어머니가 내게 불러주던 자장가였다. 죽기 전 마지막으로 들려준 그 노래.

보드게임은 내 인생의 탈출구였다. 빽빽한 규칙들 사이에서 나는 안전함을 느꼈다. 주사위를 굴리고, 카드를 뽑고, 말을 움직이는 단순한 행위들이 복잡한 현실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특히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나는 게임 속으로 더 깊이 숨어들었다.

"진우야, 괜찮아?" 상대방의 목소리가 걱정스러웠다. 내 손에 들린 주사위가 떨리고 있었다. 노래 소리는 점점 커졌다. 빨간색 말은 어머니의 자장가를, 파란색 말은 그녀가 좋아했던 민요를, 초록색 말은 내 생일마다 불러주던 축하 노래를.

주사위를 굴렸다. 5가 나왔다. 내 말이 다섯 칸을 움직였고, 정확히 상대방의 말이 있는 자리에 도착했다. 게임 규칙상 상대방의 말은 시작점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 순간 상대방의 말에서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들리지 않아?" 내가 물었다. "이 말들이 노래하는 소리 말이야."

상대방은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진우야, 너 오늘 많이 피곤해 보여. 다음에 다시 할까?"

그때 깨달았다. 이 보드게임은 단순한 오락이 아니었다. 각각의 말은 내 인생의 조각들이었고, 그들의 노래는 내가 억누르던 감정들의 메아리였다. 어머니를 잃은 슬픔, 말하지 못했던 사랑의 표현, 미처 전하지 못한 작별 인사들.

경기장을 나서는 길, 주머니 속 주사위를 꺼내 보았다. 그리고 조용히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어머니의 자장가를. 주사위 눈금에 맺힌 물방울이 내 손바닥을 적셨다. 이번엔 주사위가 울고 있었다.

다음 날, 내 방 선반 위 보드게임들을 하나씩 꺼내 정리했다. 각 게임마다 나는 작은 메모를 남겼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어제의 게임 상자를 열었을 때, 말들은 더 이상 노래하지 않았다. 대신 내가 노래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게임은 끝났지만, 진짜 놀이는 이제 시작되는 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