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소개팅: 음표 속에 숨은 인연
처음 그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 나는 바닥으로 떨어진 커피잔보다 더 산산조각 났다. 카페의 작은 무대 위, 그는 어쿠스틱 기타 하나만으로 공간을 채웠다. 소개팅 상대를 기다리며 자리에 앉은 지 15분째, 이미 오지 않을 거라는 체념이 찾아들 무렵이었다.
"오늘 이 노래는 30분 전에 문자로 연락도 없이 취소된 약속에 바칩니다."
기타 선율이 떨림과 함께 시작되자, 나는 불현듯 귓가가 뜨거워졌다. 그가 부르는 노래는 바로 내 상황을 노래하는 것 같았다.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29분 전, 소개팅 상대에게서 '죄송합니다. 오늘 못 갈 것 같습니다'라는 문자가 왔었다.
커피를 들이켜며 그의 노래에 집중했다. 가사 하나하나가 마치 타인의 입을 빌려 내 마음을 읽어주는 듯했다. 목소리에 서린 외로움의 질감이 심장을 긁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오지 않은 소개팅 상대 덕분에 이 순간을 만끽하고 있었다.
공연이 끝나고 박수를 치는데, 그가 내 테이블 쪽으로 걸어왔다.
"혹시 김지연 씨신가요?"
내 이름을 아는 그에게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민수 형이 소개시켜준다던 분이..." 그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제가 오늘 소개팅 상대였어요. 급하게 무대에 서게 돼서 문자만 보내드렸는데."
상황이 너무 우연적이어서 웃음이 나왔다. 그가 공연 중에 한 말이 떠올랐다.
"30분 전에 문자로 연락도 없이 취소된 약속이요?"
그가 멋쩍게 웃었다. "그건 관객들을 위한 약간의 각색이었죠. 사실은 제가 일방적으로 취소해놓고 미안해서 한 말이에요."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그의 노래가 다시 귓가에 맴돌았다. 어쩌면 이 우연한 만남이야말로 가장 완벽한 소개팅인지도 몰랐다.
"그 노래... 정말 좋았어요. 특히 '기다림도 때론 선물이 된다'는 가사요."
그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 가사는 없었는데요..."
"그래요? 전 그렇게 들었는데."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메모장을 꺼내 무언가를 적었다. "좋은 가사네요. 다음 노래에 넣어도 될까요?"
나는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우리의 이야기는 이미 시작된 지 오래였는지도 모른다. 그날 밤, 그가 작곡한 노래 속에서 우리의 인연은 이미 첫 음표를 울리고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