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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썸타기

노래로 시작한 썸타기

"그냥 한 곡만 들려줘. 우리 사이에서 가장 의미 있는 노래." 내가 말했을 때, 그의 눈빛이 흔들리는 걸 놓치지 않았다. 오래된 카페의 구석진 자리, 우리 둘만의 공간에서 그가 이어폰을 내게 건넸다. 쓰고 난 이어폰은 아직 그의 체온이 남아 있었다.

우리는 같은 회사의 다른 부서 사람이었다. 엘리베이터에서 우연히 그가 들려준 노래에 내가 반응하면서 모든 게 시작됐다. "이 노래 알아요?" 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지만, 눈빛은 확신에 차 있었다. 그렇게 우리의 썸타기가 시작됐다.

매일 아침 카페에서 만나 서로의 플레이리스트를 교환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그의 취향은 잔잔한 어쿠스틱이었고, 내 취향은 감성적인 발라드였다. 우리는 노래를 통해 말로 표현하지 못한 감정을 전했다. "이 부분 가사가 진짜 내 맘 같아." 그렇게 말하면서 눈을 마주치는 순간의 설렘은 어떤 고백보다 강렬했다.

오늘은 내가 먼저 용기를 냈다. 어제 밤새 만든 플레이리스트의 제목은 '고백'이었다. 그에게 이어폰을 건네며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첫 곡이 흐르자 그의 표정이 변했다. 귀에 익숙한 멜로디, 그가 불과 한 달 전 작은 공연장에서 불렀던 자작곡이었다.

"어떻게 알았어?"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날 공연장에 있었어. 네가 나에게 노래를 부른다고 소개했을 때, 관객 속에 내가 있을 거란 걸 몰랐겠지." 나는 미소 지었다.

그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 노래 제목이 '썸'이었는데..."

"알아. 가사 한 줄도 기억해. '이름도 모르는 너에게 이 노래를 들려주고 싶어'라고 했잖아."

공기가 멈춘 것 같았다. 그가 천천히 내 손을 잡았다. "사실... 이건 그냥 썸이 아니야."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우리가 몇 달 동안 주고받은 플레이리스트는 단순한 음악 교환이 아니었다. 그것은 우리가 서로에게 건네는 편지였고, 마음이었고, 사랑의 방식이었다. 노래는 우리를 연결하는 보이지 않는 실이었다.

그가 내게 다시 이어폰을 건넸다. 새로운 노래가 흘러나왔다. 제목은 '썸 너머'. 첫 소절이 귓가에 울렸을 때, 나는 알았다. 오늘로 우리의 썸타기는 끝나고, 새로운 멜로디가 시작되리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