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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아내

침묵의 노래: 내 아내의 마지막 선율

아내의 노래 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은 지 정확히 107일째다. 아직도 침대 옆 서랍에는 그녀가 마지막으로 쓰던 가사가 적힌 메모장이 놓여있다. 만질 수 없는 유리병 속에 갇힌 것처럼, 그 메모장을 열 용기가 나지 않는다.

민호는 커피잔을 들고 베란다에 서서 가을비가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는다. 빗방울의 리듬이 마치 그녀가 샤워하면서 흥얼거리던 멜로디 같다. 강수희. 이름처럼 비가 내릴 때마다 노래하던 여자였다. 그녀의 목소리는 비를 타고 내려와 도시의 소음을 적시곤 했다.

"당신 노래소리 들으려고 비 오는 날만 기다린다니까."

민호가 그녀에게 자주 하던 말이다. 수희는 그럴 때마다 웃음을 터뜨리며 더 크게 노래했다. 그녀의 웃음소리와 노래가 섞인 그 순간들이 민호의 인생에서 가장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수희의 폐에 물이 차기 시작했을 때도, 그녀는 노래를 멈추지 않았다. 병원 침대에 누워서도 산소마스크 너머로 흥얼거리던 그녀. 의사들은 폐에 무리가 간다며 말렸지만, 수희는 말했다.

"숨이 끊어지기 전에 노래가 먼저 끊어지면 안 돼요."

오늘은 수희의 생일이다. 민호는 서랍을 열고 메모장을 꺼냈다. 타이틀은 '나의 마지막 노래'였다. 그는 몇 달 동안 읽지 못했던 그 가사를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손이 떨렸다.

'이별을 노래하지 마요, 사랑을 노래해요...'

눈물이 메모장 위로 떨어져 잉크가 번졌다. 그때 초인종이 울렸다. 문을 열자 택배 상자가 놓여있었다. 발신인은 '강수희'.

떨리는 손으로 상자를 열자 녹음기 하나가 나왔다. 스위치를 누르자 방 안에 수희의 목소리가 가득 찼다. 녹음된 그녀의 노래는 메모장에 적힌 가사 그대로였다. 그리고 노래가 끝난 후 그녀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민호야, 이 노래가 마지막이 아니야. 내가 없어도 우리의 노래는 계속돼. 비가 내리면 창문을 열어봐. 내가 노래하고 있을 테니."

민호는 베란다 문을 활짝 열었다. the rain rain 비가 더 거세게 내리기 시작했고, 빗소리에 그의 흐느낌이 섞여 하나의 선율이 되었다. 107일 만에 민호는 다시 노래하기 시작했다. 아내가 남긴 가사를 따라, 서툴게, 하지만 온 마음을 다해. 그리고 이상하게도, 비 내리는 그 순간만큼은 수희가 자신과 함께 화음을 맞추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