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dom.GG

노래여름

여름의 노래

노래는 죽은 자의 언어로 시작됐다. 그날 아침, 조수석에 탄 할머니는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죽은 할아버지의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클래식도, 트로트도 아닌, 전쟁 후 피난길에서 불렀다는 이름 모를 그 노래는 여름 햇살 아래 녹아내리는 아이스크림처럼 차 안에 퍼져나갔다.

"할머니, 그 노래 어디서 배우셨어요?" 내가 물었다.

"배운 게 아니라 들은 거지. 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여름, 매일 밤 부르던 노래야." 할머니의 목소리는 흔들렸지만, 그녀의 눈은 저 멀리 시간 너머를 응시하고 있었다.

우리는 할머니의 고향으로 가는 중이었다. 40년 만의 방문. 에어컨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내 오래된 차 안은 찌는 듯한 열기로 가득했다. 창문을 열자 매미 소리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들어왔다. 할머니가 부르는 노래에 맞춰 매미들이 화음을 넣는 것 같았다.

마을에 도착했을 때, 할머니는 노래를 멈추고 말했다. "여기 모든 것이 변했구나." 논밭은 아파트 단지가 되었고, 할머니의 생가는 편의점으로 바뀌어 있었다. 우리는 마을 한가운데 남아있는 유일한 옛 건물, 작은 정자에 앉았다.

"이 정자에서 할아버지를 처음 만났어." 할머니가 말했다. "그때도 이렇게 무더운 여름이었지. 그이는 마을 축제에서 노래를 불렀는데, 목소리가 얼마나 맑던지..."

그때였다. 갑자기 불어온 바람에 정자 처마에 달린 풍경이 울렸다. 그 소리는 할머니가 부르던 노래의 첫 음과 정확히 일치했다. 할머니의 눈이 커졌다.

"들리니?" 할머니가 속삭였다. "할아버지가 대답하고 있어."

나는 미소 지었지만, 갑자기 등줄기에 한기가 느껴졌다. 풍경이 멈출 기미 없이 계속해서 울렸고, 그 소리는 분명 어떤 멜로디를 따라가고 있었다.

할머니는 다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이번엔 더 자신감 있게,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듯한 기쁨으로. 그녀의 노래에 맞춰 풍경은 계속해서 화답했다. 매미 소리도 점점 조용해졌다.

그날 저녁, 할머니는 내게 그 노래를 가르쳐주었다. "이건 우리 가족의 여름 노래란다. 네가 기억해야 해." 할머니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다음 날 아침, 할머니는 조용히 떠났다. 그녀의 입가에는 미소가 남아있었다. 장례식 날, 나는 그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놀랍게도, 한여름의 폭우 속에서 매미들이 일제히 그 노래에 화답했다. 어쩌면 노래란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죽은 자와 산 자를 잇는 다리, 시간을 거스르는 여름의 마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