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dom.GG

노래여행

노래가 이끄는 여행: 익숙한 길 위의 낯선 멜로디

첫 번째 음표가 귓가에 머물 때, 나는 이미 다른 세계로 향하고 있었다. 익숙하던 서울역의 소음이 갑자기 멀어지고, 그 자리를 채운 것은 열차 창밖으로 흘러들어온 한 여인의 노래였다. 맑고 투명한 음색이 내 이어폰을 뚫고 들어와 나를 흔들었다.

"저기요, 그 노래가 뭐예요?"

충동적으로 물었다. 창가에 기대어 노래하던 노부인은 놀란 듯 나를 바라보더니 미소를 지었다. 주름진 손가락으로 이어폰을 가리키며 내게 손짓했다.

"이 노래는 내가 젊었을 때 불렀던 거야. 지금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지."

강릉행 기차는 터널을 빠져나오며 햇살을 객실로 쏟아부었다. 노부인의 얼굴이 갑자기 금빛으로 물들었다. 그녀가 다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을 때, 이상하게도 나는 그 멜로디를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할머니, 혹시 이 노래를 어디서 배우셨어요?"

"배운 게 아니라 만든 거야. 내 인생의 여행길에서."

노부인은 자신의 가방에서 오래된 수첩을 꺼냈다. 닳은 가죽 표지 위에는 '송화의 여행일기'라고 적혀 있었다. 그녀는 수첩을 펼쳐 나에게 보여주었다. 악보와 가사, 그리고 이국적인 풍경 스케치가 어우러져 있었다.

"매 여행지마다 한 곡씩 만들었어. 내 인생은 노래로 만든 지도 같은 거지. 지금 이 노래는 50년 전 이 기차를 처음 탔을 때 만든 거야."

흘러가는 풍경을 바라보며 그녀는 계속 노래했다. 노래 속에서 나는 젊은 날의 그녀를 보았다. 아직 주름지지 않은 얼굴로 처음 강릉의 바다를 마주하던 그녀, 설레는 마음으로 파도 소리를 멜로디로 담아내던 모습이.

강릉에 도착했을 때, 나는 그녀의 여행 노래집을 빌려 듣고 있었다. 노부인은 내게 웃으며 말했다.

"네가 가는 곳마다 노래를 남겨봐. 그러면 길을 잃어도 네 멜로디를 따라 돌아올 수 있을 테니."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그녀의 노래를 들으며, 나는 내 손가락이 저절로 모래 위에 음표를 그리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어쩌면 내 여행은 이미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파도 소리에 실린 멜로디가 내 안에서 새로운 노래로 피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노래는 아직 가보지 못한 미지의 장소들로 나를 이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