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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초콜렛

노래하는 초콜릿: 달콤한 기억의 멜로디

그녀의 목소리가 초콜릿처럼 녹아내리던 날, 나는 처음으로 '기억'이라는 것이 맛을 가질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신림동 지하철역 근처 작은 카페에서 미연은 내게 손수 만든 트뤼플 초콜릿 하나를 건넸다. 겨울비가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이거, 오늘 노래할 때 먹어. 쓴 맛이 날 때가 바로 고음을 내야 하는 타이밍이야."

무대 공포증으로 첫 오디션을 앞두고 있던 나에게, 음대생이었던 미연의 조언은 마법 같았다. 다크 초콜릿 속에 숨겨진 달콤한 체리 필링처럼, 그녀의 노래 비법엔 항상 예상치 못한 반전이 있었다. 무대에 오르기 전, 입 안에서 천천히 녹여 먹으라던 그 초콜릿의 맛이 지금도 선명하다. 쌉싸름함이 혀끝을 감싸다가, 갑자기 밀려드는 달콤함. 그 순간에 맞춰 고음을 내면 된다던 그녀의 비밀.

오디션날, 떨리는 손으로 초콜릿을 꺼내 물었다. 초콜릿이 녹아내리는 속도에 맞춰 내 노래도 흘러나왔다. 그리고 쓴맛이 달콤함으로 변하는 순간, 내 목소리는 천장을 뚫고 올라갔다. 합격 통보를 받았을 때, 가장 먼저 미연에게 달려갔다.

"이제 내가 너에게 노래를 가르쳐 줄게,"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매일 다른 맛의 초콜릿으로."

그 후로 우리는 계절마다 다른 초콜릿을 만들었다. 봄에는 라즈베리 필링, 여름에는 민트, 가을에는 헤이즐넛, 겨울에는 시나몬. 각각의 초콜릿은 서로 다른 노래와 짝을 이뤘고, 미연은 내게 맛으로 노래하는 법을 가르쳤다.

그러나 삼 년 전, 미연의 목에서 종양이 발견됐을 때, 모든 초콜릿은 쓴맛으로만 가득 찼다. 수술 후 그녀는 더 이상 노래할 수 없었다. 말조차 힘겨워했다.

"괜찮아," 내가 그녀의 손을 잡고 속삭였다. "이제 내가 너에게 노래해 줄게."

어제, 미연의 생일에 나는 특별한 초콜릿을 만들었다. 그동안 우리가 함께 만든 모든 맛을 담았다. 병실에서 그녀에게 노래를 불러주는 동안, 그녀의 입술 위에 초콜릿을 올려놓았다. 천천히 녹아내리는 초콜릿처럼, 그녀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러내렸다.

오늘 아침, 미연은 세상을 떠났다. 그녀의 식어가는 손을 잡고 있는 동안, 나는 마지막 초콜릿 하나를 꺼냈다. 입 안에서 그것이 녹아내리는 동안, 나의 목소리는 병실을 넘어 하늘로 올라갔다. 달콤함과 쓴맛이 완벽하게 어우러진 그 순간, 나는 이해했다. 노래와 초콜릿은 결국 같은 것이었다. 짧은 시간 동안 우리 감각을 완전히 사로잡았다가, 결국에는 기억 속에서만 살아남는 달콤한 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