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가 흐르는 회사: 소리에 갇힌 일상
내 책상 위 스피커에서 그녀의 노래가 흘러나오기 시작한 순간, 사무실의 형광등이 모두 깜빡였다.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오직 나만 알아차렸을 뿐이다. 이어폰을 뺀 순간, 그녀의 목소리는 더 이상 스피커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사무실 전체를 감싸고 있었다.
"최 대리, 분기 보고서 완성했어요?" 팀장의 목소리가 그녀의 노래 사이로 끼어들었지만, 묘하게도 같은 멜로디를 타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듣고 있는 환청이 분명했다. 어제 밤샘 작업의 후유증일 테니까.
하지만 점심시간, 구내식당의 수저 부딪히는 소리와 동료들의 웃음소리마저 완벽한 화음을 이루고 있었다. 김치찌개가 끓는 소리는 비트를, 프린터에서 용지가 나오는 소리는 베이스를 담당했다. 회사 전체가 거대한 오케스트라로 변해있었다.
"괜찮아요?" 옆자리 박 주임이 걱정스레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조차 노래의 한 소절처럼 들렸다. "얼굴이 창백해요."
"그냥... 조금 피곤해서요." 내 대답 역시 가사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오후 회의실에서 상무의 지시사항은 후렴구가 되었고, 동료들의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는 완벽한 리듬섹션이었다. 회사의 모든 소리가 하나의 노래로 융합되었다. 나만 이 현상을 느끼는 것이 더 무서웠다.
퇴근시간, 엘리베이터 안에서 휴대폰을 꺼내 그 노래의 출처를 확인했다. 스트리밍 앱에 표시된 곡은 '회사의 노래'라는 제목이었고, 가수는 내 이름이었다. 재생 횟수는 정확히 내가 이 회사에서 일한 날짜와 일치했다.
집에 도착해 컴퓨터를 켰다. 음악 작곡 프로그램이 열려 있었다. 화면에는 내가 만든 적 없는 완성된 악보가 펼쳐져 있었고, 파일명은 '회사의 노래_최종.mp3'였다. 타임라인을 보니 이 파일은 내가 입사하기 전날 저장된 것이었다.
떨리는 손으로 재생 버튼을 눌렀다. 오늘 하루 종일 들었던 그 노래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이상했다. 가사가 내일 있을 회의 내용과 다음 주 프로젝트 마감일, 그리고 두 달 후 있을 구조조정 계획을 담고 있었다.
화면 구석에 깜빡이는 메일 알림. 발신인은 'HR팀'이었고, 제목은 '입사를 축하합니다'였다. 받은 날짜는 오늘로부터 정확히 1년 후였다. 메일을 열자 한 줄만 적혀 있었다: "당신의 노래가 끝날 때까지만 이곳에 있게 될 것입니다."
휴대폰에서 갑자기 그 노래가 다시 재생되기 시작했다. 방금 들었던 것과 동일한 멜로디였지만, 가사가 조금 달라져 있었다. "이제 당신은 압니다, 회사는 결코 당신을 떠나지 않는다는 것을." 창밖을 보니 내 사무실 건물이 멀리서도 선명하게 보였고, 모든 창문에서 동일한 리듬에 맞춰 불빛이 깜빡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