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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귀신

뉴진스, 귀신을 입다

빈티지 뉴진스의 뒷주머니에서 흐릿한 울음소리가 들렸다. 처음엔 내 착각인 줄 알았다. 플리마켓에서 단돈 만 원에 산 그 청바지가 이상한 소리를 낼 리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날 밤, 침대 위에 던져둔 청바지가 스스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나는 차가운 공기를 한입 삼켰다.

"내 바지에서 나가." 용기를 내어 말했지만, 내 목소리는 허공에 흩어졌다. 대신 바지 주머니에서 노란 쪽지가 불쑥 튀어나왔다. '나를 입어줘, 제발.'

그 청바지는 1990년대 특유의 너덜너덜한 워싱과 완벽한 하이웨이스트 핏을 가졌다. 요즘 말로 '찐 빈티지'였다. 입는 순간 다리를 감싸는 데님의 촉감이 독특했다. 차갑지만 동시에 누군가의 체온이 남아있는 듯한 미묘한 온기. 거울 속 내 모습은 분명 완벽했지만, 등 뒤로 느껴지는 시선은 내 것이 아니었다.

첫날 밤, 꿈에서 한 소녀를 만났다. 내가 산 그 뉴진스를 입고 있었다. "고마워, 널 기다렸어." 그녀가 말했다. "이제 나도 다시 춤출 수 있어." 소녀는 1997년, 자신이 좋아하던 댄스 오디션 날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입었던 청바지, 그녀의 꿈이 담긴 뉴진스를 누군가 입어주길 간절히 바랐다고.

다음 날부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내 몸은 내 것이 아닌 듯 움직였다. 평소에 전혀 하지 않던 댄스 스텝이 자연스럽게 나왔고, 들어본 적 없는 90년대 노래를 흥얼거렸다. 거울 속에서 때때로 내 얼굴이 소녀의 것으로 보였다. 공포와 매혹 사이, 나는 그 바지를 계속 입었다.

"네가 날 입어줘서 나도 마지막 오디션을 볼 수 있어." 소녀의 목소리가 내 귀에 속삭였다. "일주일만, 딱 일주일만 네 몸을 빌려줘."

나는 동의했다. 소녀의 한을 풀어주고 싶었다. 우리는 낮에는 내가, 밤에는 소녀가 그 뉴진스를 입고 춤을 추기로 했다. 일주일 동안 소녀는 내 몸을 빌려 연습했고, 마지막 날 오디션장에 갔다.

무대 위, 내 몸으로 춤추는 소녀의 모습은 눈부셨다. 심사위원들은 기립박수를 쳤고, 소녀는 눈물을 흘렸다. 그날 밤, 꿈에서 마지막으로 만난 소녀는 환하게 웃었다. "고마워, 이제 갈 수 있어."

다음 날 아침, 뉴진스는 평범한 청바지가 되어 있었다. 주머니에서 발견한 마지막 쪽지. '너도 네 꿈을 춤춰.' 때로는 헌 옷에도 영혼이 깃들고, 귀신이 된 누군가의 꿈이 우리를 통해 완성된다. 오늘도 나는 그 뉴진스를 입고, 내 춤을 추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