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귀신: 저울 위의 방문자
오늘도 저울은 거짓말을 했다. 내가 아무리 굶어도, 아무리 운동해도, 숫자는 항상 같았다. 처음엔 고장인 줄 알았다. 하지만 저울에 두 발을 올리면 숫자가 변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내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함께 올라서는 것이었다.
"제발 나가줘." 나는 욕실 공기에 대고 속삭였다. 차가운 타일 바닥에 발가락이 닿자 소름이 돋았다. 거울 속의 나는 한 달 전보다 확실히 날씬해졌는데, 저울의 숫자는 변함없이 78킬로그램을 가리켰다. "나 혼자 있게 해줘."
식이요법 전문가는 내 식단이 완벽하다고 말했다. 트레이너는 내 운동 강도에 감탄했다. 의사는 모든 수치가 정상이라고 확인했다. 그런데 왜? 왜 이 저주받은 숫자는 변하지 않는 거지?
그날 밤, 꿈에서 나는 저울 위에 서 있었다. 내 옆에는 희미한 실루엣이 있었다. 여자였다. 마른 뼈만 남은 손으로 내 손을 잡았다. "미안해," 그녀가 말했다. "널 떠날 수가 없어."
눈을 떴을 때 식은땀이 흘렀다. 욕실로 달려갔다.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은 창백했고, 눈 밑에는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저울 위에 조심스럽게 발을 올렸다. 숫자는 여전히 78킬로그램을 가리켰다.
그날 저녁, 오래된 다이어트 일기장을 발견했다. 5년 전 내가 쓴 일기였다. "오늘도 실패. 78킬로그램. 이대로라면 영원히 살을 빼지 못할 거야. 차라리 죽고 싶다." 마지막 페이지에 적힌 글이었다.
갑자기 기억이 떠올랐다. 다이어트 약을 한 움큼 삼켰던 밤. 병원에서 깨어났을 때의 혼란스러움. 그리고 의사들이 속삭이던 말. "기적적으로 살아났습니다."
다음 날 아침, 용기를 내어 저울 위에 올라섰다. "이제 알아," 내가 말했다. "네가 여기 있는 이유를. 네가 나라는 걸."
그러자 놀랍게도 저울의 숫자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78... 77... 76... 숫자가 내려갈수록 내 마음은 가벼워졌다. 거울을 바라보니 내 뒤에 서 있던 마른 여자의 모습이 희미해지고 있었다. 그녀는 미소를 지었고, 나도 미소를 지었다.
오늘 아침, 저울은 드디어 진실을 말했다. 내 몸무게만을 정확히 가리켰다. 그리고 나는 처음으로 그 숫자에 만족했다. 간혹 욕실에서 희미한 숨소리가 들리는 것 같지만, 이제 나는 그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다만 가끔, 내가 너무 굶주릴 때면, 귀신은 내게 속삭인다. "먹어도 괜찮아, 우리는 이제 함께가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