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이별의 정석: 우리가 지웠던 사랑의 흔적
미처 다 쓰지 못한 졸업 논문 위로 봄비가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창문을 열어둔 줄도 몰랐다. 대학 4년이 이렇게 끝난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사람도, 추억도, 모든 게 비처럼 스며들었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릴 것만 같았다.
김지현과 나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만났다. 학과 건물 뒤편 벚꽃나무 아래서 그녀는 빨간 원피스를 입고 있었고, 나는 그 순간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안녕, 나 지현이야. 너도 문예창작과지?" 그녀의 목소리에는 봄처럼 따스한 무언가가 있었다. 우리는 같은 조가 되어 캠퍼스를 돌아다녔고, 그렇게 우리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대학 도서관의 구석진 자리는 우리만의 세계였다. 그곳에서 지현이는 내가 쓴 시를 읽었고, 나는 그녀의 소설을 읽었다. 캠퍼스의 계절이 바뀔 때마다 우리의 사랑도 깊어져 갔다. 봄에는 벚꽃 아래서, 여름에는 에어컨 바람 아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나눠 마시며, 가을에는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길을 걸으며, 겨울에는 도서관 창가에서 함께 눈을 바라보며 꿈을 키웠다.
"우리 졸업하면 어떻게 될까?" 3학년 겨울, 기말고사를 마친 후 그녀가 물었다. 나는 웃으며 "당연히 함께 있을 거지"라고 대답했다. 그때는 몰랐다. 대학이라는 울타리가 우리를 얼마나 안전하게 보호하고 있었는지를.
변화는 4학년 봄, 취업 시즌과 함께 찾아왔다. 지현이는 서울의 출판사 인턴십에 합격했고, 나는 고향으로 돌아가 지역 신문사에서 일하기로 했다. "거리가 뭐가 중요해? 우리는 할 수 있어"라고 서로 다짐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메시지는 줄어들었고 전화는 짧아졌다.
마지막으로 만난 날, 우리는 처음 만났던 그 벚꽃나무 아래 앉았다. 벚꽃은 이미 지고 새싹이 돋아나고 있었다. "나 서울에서 누군가를 만났어." 그녀의 말에 내 세계가 무너졌다. 대학 생활이 끝나면서 우리의 사랑도 끝나고 있었다. 그 순간 깨달았다. 대학교에서의 사랑은 언젠가는 졸업해야 하는 것이었다.
노트북을 덮고 창가로 다가갔다. 비는 그쳤지만 여전히 창문 유리에 물방울이 맺혀 있었다. 손가락으로 'goodbye'라고 쓰고 지웠다. 이별은 사랑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내 졸업 논문 제목은 '대학교에서의 이별: 성장의 방정식'이 되었다. 지현이가 읽게 될까? 아마도 영원히 모를 것이다. 마지막 벚꽃 잎이 창틀에 내려앉았다. 어쩌면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신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나는 처음으로 졸업이 두렵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