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와 귀신: 우리 사이의 불청객
그녀가 화장실에 간 사이, 내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자 표시는 '김소연'이었다. 소연이는 지금 내 앞에 앉아있는 소연이었다. 내 눈앞의 그녀는 화장실에 있는데, 어떻게 전화를 걸 수 있을까.
"여보세요?"
"오빠, 나야. 미안한데 오늘 약속 못 지킬 것 같아. 갑자기 급체했어."
등줄기로 한기가 느껴졌다. 음식점 창가에 비친 내 모습은 홀로 앉아있었다. 그러나 테이블 위엔 두 개의 냅킨과 반쯤 먹은 파스타 두 접시가 놓여 있었다. 이제 막 마주 앉아 데이트를 시작한 지 30분. 우리는 웃으며 대화했고, 그녀는 방금 전까지 분명히 여기 있었다.
"소연아, 장난치는 거야? 넌 지금 여기 있잖아."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확실히 소연이었다. "무슨 소리야? 나 집에 있는데."
그 순간 화장실에서 돌아오는 '소연'이 보였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테이블로 다가왔다. 붉은 원피스를 입은 그녀의 걸음걸이에는 미묘한 어색함이 있었다. 마치 누군가 인형을 조종하듯 부자연스러웠다.
"누구랑 통화해?" 그녀가 물었다. 목소리는 소연이 맞는데, 웃음소리가 유리잔에 금이 가듯 갈라졌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통화 버튼을 눌러 스피커폰으로 바꿨다. "소연아, 네가 지금 어디 있는지 다시 말해봐."
"집이라니까? 갑자기 왜 그래?"
테이블 앞에 앉은 '소연'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녀의 얼굴이 순간 다른 사람의 것으로 변하는 듯했다가 다시 소연의 얼굴로 돌아왔다. 레스토랑의 조명이 깜빡였고, 테이블 주변의 온도가 급격히 떨어졌다.
"이런 장난은 재미없어." 내 앞에 앉은 소연이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점점 더 깊고 어두워졌다. "우리 데이트가 망치고 싶니?"
공포에 질려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당신은 누구죠?"
그녀는 웃었다. 평범한 레스토랑의 소음 속에서도 그 웃음소리만은 이상하게 울렸다. "나는 네가 원하는 사람이야. 네가 외로울 때 함께 있어줄 사람."
"소연이 아니잖아. 뭘 원하는 거야?"
"외로움은 끔찍한 것이지." 그녀가 속삭였다. "오랫동안 혼자였어. 너도 그랬고. 우리가 함께라면 더 이상 외롭지 않을 거야."
테이블 위 촛불이 흔들렸다. 그녀의 손이 내 손을 덮었을 때, 차가운 기운이 전해졌다. 그녀의 손은 보이는 것보다 무거웠다. 마치 오래된 석상의 무게처럼.
"데이트는 계속되어야 해. 우리의 데이트는 영원히." 그녀의 눈동자 깊은 곳에서 어둠이 소용돌이쳤다.
도망치고 싶었지만 몸이 굳어 움직일 수 없었다. 주변 테이블의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의 웃음소리와 식기 부딪히는 소리 사이로, 마주 앉은 이 존재와 나만의 시간이 흘렀다.
창밖으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깨달았다 - 때로는 데이트보다 더 무서운 것은, 그 데이트가 끝나지 않는다는 것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