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dom.GG

데이트병원

데이트의 병원: 우리가 치유한 시간

소독약 냄새는 장미향을 덮어버렸다. 내 손에 들린 꽃다발이 무색하게, 그녀는 응급실 침대 위에 누워있었다.

"데이트 하자며 부른 건 너였잖아," 그녀가 웃으려다 얼굴을 찌푸렸다. 아파트 계단에서 넘어져 발목을 삐었다는 문자를 받고 달려왔는데, 상태가 생각보다 심각해 보였다.

응급실의 형광등 불빛이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비추었다. 한껏 차려입은 원피스가 병원 가운 아래 어색하게 드러났다. 오늘은 우리가 처음 만난 지 1년이 되는 날이었다.

"미안해," 나는 그녀의 손을 조심스레 잡았다. 의사는 X-ray 결과를 확인하고 있었고, 우리는 가벼운 골절이 아니길 바랄 뿐이었다.

대기실 의자에 앉아 그녀의 진료를 기다리며, 병원 복도를 걷는 사람들을 관찰했다. 서로 손을 꼭 잡은 노부부, 아이를 안고 달래는 젊은 부모, 휠체어를 밀고 가는 간호사. 병원은 마치 인생의 모든 단면을 보여주는 작은 세계 같았다.

"골절은 아니고 인대 파열입니다. 4주 정도 깁스를 하셔야 해요." 의사의 진단이 내려졌다.

그녀는 한숨을 쉬었다. "우리의 기념일 데이트가 이렇게 될 줄은..."

병원 구내식당에서 우리는 생각지도 못한 기념일 저녁을 보냈다. 플라스틱 접시에 담긴 병원식과 자판기 커피. 그녀는 깁스한 다리를 의자에 올려놓고, 나는 그녀에게 음식을 먹여주었다.

"이게 웬 서비스야," 그녀가 웃었다. 형광등 아래에서도 그녀의 웃음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앞으로 4주 동안은 내가 네 손과 발이 되어줄게," 내가 말했다.

그때 옆 테이블에서 한 노인이 홀로 밥을 먹고 있었다. 그의 테이블에는 오래된 사진 한 장이 놓여 있었다. 젊은 시절의 그와 아마도 그의 아내였을 여성의 사진.

"저기 봐," 그녀가 속삭였다. "저분은 매일 아내 사진과 함께 식사를 하신대. 간호사에게 들었어. 아내분이 돌아가신 후에도 10년째."

우리는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병원의 차가운 불빛 아래, 우리의 손이 더 단단히 맞닿았다.

퇴원할 때, 노인은 우리에게 다가와 말했다. "젊은이, 그 꽃다발은 이제 시들었군요. 하지만 당신들의 사랑은 방금 물을 받았어요."

그날 밤, 나는 그녀의 아파트 소파에서 잠들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그녀는 깁스한 다리를 소파에 올리고 내 옆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그녀의 얼굴을 비추었다.

"이게 우리의 역설이야," 그녀가 말했다. "가장 특별한 데이트가 병원에서 이루어지다니."

데이트는 장소가 아니라 함께하는 사람에 관한 것임을, 병원은 우리에게 가르쳐주었다. 그리고 때로는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날들이, 평생 기억될 순간으로 변하기도 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