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데이트, 첫 번째 이별
커피잔에 비친 그녀의 얼굴이 떨리고 있었다. 마지막 데이트라는 것을 그녀만 알고 있었다. 유진은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두 손으로 감싸며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12월의 첫눈이 도시를 하얗게 물들이고 있었다. 그녀의 머릿속에선 지난 1년의 기억들이 눈송이처럼 흩날렸다.
"오늘 좀 조용하네." 민석이 그녀의 손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의 손은 언제나처럼 따뜻했다. 유진은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입가에 힘이 들어가는 게 느껴졌다.
"그냥... 생각할 게 좀 있어서." 유진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테이블 위 케이크는 아직 손도 대지 않은 채였다. 촛불이 바람에 흔들리듯 그녀의 마음도 흔들렸다.
민석은 알아채지 못한 듯 즐겁게 얘기를 이어갔다. 다음 주에 함께 볼 영화, 크리스마스 때 갈 여행 계획까지. 유진은 자신이 그 미래에 없을 거란 사실을 알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말하는 동안 유진은 자신이 짐을 싸는 모습, 새벽 비행기를 타는 모습, 먼 도시에서 혼자 걷는 모습을 상상했다.
"아, 맞다. 이거." 민석이 작은 상자를 꺼냈다. 100일 기념 선물이었다. 유진은 상자를 받아들며 손가락이 차갑게 식어가는 것을 느꼈다. 초록색 포장지 위에 붙은 작은 카드에는 '우리의 첫 번째 100일, 앞으로의 수천 일을 기대하며'라고 쓰여 있었다.
유진은 포장을 뜯었다. 작은 시계였다. 뒷면에는 그들이 처음 만난 날짜가 새겨져 있었다. 시계 바늘은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지만, 그녀의 마음은 이미 멈춰버린 지 오래였다.
"마음에 들어?" 민석의 눈에는 기대감이 가득했다.
"너무 예뻐." 유진은 진심을 담아 말했다. 너무 예뻐서, 너무 완벽해서 더 아팠다.
유진은 그날 밤, 민석의 어깨에 기대어 걸으며 몇 번이고 입을 열려 했다. '나 떠나. 다음 주에. 오래 전부터 준비했어.' 그러나 그 말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평소보다 더 꼭 그의 팔을 붙잡았다. 마지막 온기를 기억하려는 것처럼.
헤어질 때, 민석은 평소처럼 이마에 키스했다. "내일 봐." 그의 말에 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이 마지막 거짓말이었다.
일주일 후, 민석은 유진의 빈 아파트에서 한 장의 편지와 시계를 발견했다. 시계는 멈춰 있었고, 시간은 그들의 마지막 데이트가 끝난 순간에 고정되어 있었다. 유진에게 그날은 마지막 데이트였고, 민석에게는 첫 번째 이별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