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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고민

고민의 드라마: 우리가 쓰는 각본

"인생이란 우리가 직접 쓰는 드라마인데, 대본은 왜 항상 다른 사람 손에 있는 것 같을까?" 주희는 창밖으로 흩날리는 벚꽃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벚꽃 잎들이 바람에 실려 춤추는 모습은 마치 텔레비전 드라마의 엔딩 크레딧처럼 느린 속도로 흘러내렸다.

오늘 아침, 주희는 열다섯 번째 오디션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연기학원 동기들은 하나둘 작품에 캐스팅되는데, 그녀는 여전히 카페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었다. "배우 지망생"이라는 직업은 이제 그녀의 나이 서른에 부담스러운 수식어가 되어버렸다.

"아직도 그 꿈 안 접었어?" 어제 저녁, 어머니의 날카로운 질문이 귓가에 맴돌았다. 주희는 손에 든 시나리오를 꾹 쥐었다. 익숙한 무게감. 그녀의 서랍장에는 수십 편의 각본과 연기 분석 노트가 차곡차곡 쌓여있었다. 그녀만의 드라마 컬렉션. 그러나 현실의 무대에서는 단 한 줄의 대사도 맡지 못했다.

카페에서 손님들에게 커피를 서빙하는 동안, 주희는 그들의 표정과 행동을 관찰했다. 마치 그들이 각자의 드라마 속 주인공이라도 되는 양. 갑자기 눈에 들어온 한 남자. 구석 자리에서 노트북에 뭔가를 열심히 타이핑하고 있었다. 가끔 멈춰서 창밖을 응시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혹시... 작가신가요?" 주희는 리필 커피를 건네며 용기를 내어 물었다.

"아, 네. 드라마 작가죠." 남자는 살짝 놀란 듯 고개를 들었다. "어떻게 아셨어요?"

"저도 배우 지망생이라... 창작하는 사람들의 고민이 담긴 표정을 알아보는 것 같아요." 그녀가 미소 지었다.

그날 밤, 주희는 남자가 건넨 명함을 바라보았다. "신작 오디션이 다음 주에 있어요. 한번 와보세요." 그의 말이 머릿속에서 반복됐다. 이게 운명의 반전일까? 아니면 또 다른 실패의 시작일까? 그 고민으로 밤을 지새우던 그녀는 문득 깨달았다.

"내 인생의 드라마를 누가 쓰느냐고? 당연히 나지." 주희는 서랍장에서 노트를 꺼내 글을 쓰기 시작했다. 배우로서의 꿈을 향해 걸어온 모든 고민과 실패의 순간들. 그것이야말로 자신만의 이야기였다. 만약 배우가 되지 못한다면,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드라마로 만들 작가가 될 것이다.

일주일 후, 그녀는 오디션장에 들어섰다. 그러나 이번엔 배우로서가 아니라, 자신이 쓴 단막극을 들고 온, 작가 지망생으로서였다. 카페에서 만난 작가는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맞이했다.

"인생의 고민이란, 결국 우리가 쓰는 드라마의 소재가 되는 법이죠." 주희는 자신의 대본을 건네며 말했다. 그녀가 펼친 새로운 페이지 위에는, 아직 쓰여지지 않은 무한한 가능성들이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