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귀신: 카메라가 보는 것
처음 귀신을 본 건 내가 조명 감독으로 일하던 드라마 촬영장이었다. 카메라 뷰파인더에만 보이는, 아무도 믿지 않는 그 존재를. "컷!" 감독의 외침과 함께 배우들이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모니터 속 여자는 여전히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빨간 원피스를 입은 채.
"저기, PD님," 내가 모니터를 가리키며 물었다. "저 여자 배우는 누구죠?"
PD는 모니터를 보더니 얼굴을 찌푸렸다. "무슨 여자?"
그때부터였다. 매 촬영마다 카메라 속에만 보이는 여자가 나타났다. 때로는 배경에 서 있거나, 때로는 주연 배우 바로 옆에 앉아 있었다. 아무도 그녀를 보지 못했다. 오직 내 눈과 카메라 렌즈만이 그녀의 존재를 포착했다.
"이상해, 이 샷에서 빛이 왜 이렇게 번지지?" 편집실에서 PD가 물었다. 나는 그녀가 서 있던 자리에서 빛이 휘어지는 것을 알아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가 미쳐가고 있다고 생각할 테니까.
드라마 촬영이 절정에 달했을 때, 그녀는 더 자주 나타났다. 종종 대사를 입 모양으로 따라하거나, 주인공들의 감정 장면에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리고 어느 날, 그녀가 직접 내게 말을 걸었다.
"난 이 드라마의 원작자야."
그날 밤, 나는 드라마의 원작 소설가에 대해 검색했다. 김민지. 5년 전 불의의 사고로 사망한 젊은 작가. 그녀의 유작이 지금 우리가 촬영 중인 드라마였다. 사진 속 그녀는 빨간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다음 촬영날, 나는 일부러 카메라를 들고 빈 세트장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그녀를 발견했다. 주인공의 침대 위에 앉아 대본을 읽고 있었다.
"왜 나타나는 거예요?" 내가 물었다.
"내 이야기가 어떻게 마무리되는지 보고 싶어서." 그녀의 목소리는 바람 같았다. "그들이 결말을 바꿨어."
나는 원작 소설을 읽었다. 결말은 비극이었다. 하지만 제작진은 시청률을 위해 해피엔딩으로 바꾸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당신의 결말로 만들어 드릴게요." 내가 약속했다.
마지막 장면 촬영 날. 나는 몰래 대본을 원작 그대로 수정했다. 주인공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지 못하고 홀로 남겨졌다. 감독은 이상하게 여겼지만, "한 번만 이렇게 찍어봅시다"라는 내 제안에 동의했다.
그 장면을 찍는 동안, 카메라 뷰파인더 속 그녀는 미소 지었다. 촬영이 끝나고, 그녀는 사라졌다. 그 이후로 그녀를 다시 본 적은 없다.
놀랍게도 그 비극적인 결말의 러프 컷을 본 제작진은 원래 결말보다 더 강렬하다며 그대로 채택했다. 드라마는 대히트를 쳤고, 김민지의 천재성은 다시 한번 세상에 알려졌다.
가끔 새로운 드라마 현장에서, 나는 카메라를 들고 빈 세트장을 훑어본다. 어쩌면 다른 이야기를 지키려는 또 다른 작가의 영혼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결국 드라마는 살아있는 사람만의 것이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