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드라마: 우리가 다시 만나는 곳
"인생은 결국 두 가지 맛으로 나뉜다. 너무 짜거나, 너무 달거나." 손님이 나가고 빈 식당에 남은 엄마는 언제나 그 말을 하셨다. 내게 남긴 유일한 유산은 이 작은 식당과 그 한마디였다.
식당 문을 닫고 불을 끄려는 순간, 유리문이 다급하게 흔들렸다. 손님이라기엔 이미 늦은 시간. 문을 열자 15년 만에 보는 얼굴이 서 있었다. 최고의 드라마 PD가 된 윤재. 한때는 내 모든 것이었던 사람.
"정은아, 네 요리가 필요해." 윤재의 목소리는 달라진 게 없었다. 그의 새 드라마 '맛의 기억'의 요리 자문을 맡아달라는 요청이었다. 내 대답을 기다리는 그의 눈빛에서 과거의 조각들이 흩어졌다 모였다.
대학 시절, 우리는 이 식당 주방에서 밤새 요리를 만들었다. 나는 요리를, 그는 그걸 카메라에 담았다. "언젠가 네 요리로 드라마를 만들겠다"던 약속. 그리고 그가 떠난 날, 마지막으로 함께 먹은 파스타의 맛.
다음 날부터 드라마 세트장은 내 두 번째 주방이 되었다. 내가 만드는 음식들은 배우들의 감정을 끌어내는 소품이 되었다. 윤재는 카메라 너머로 내 모든 움직임을 놓치지 않았다. 그의 시선이 닿을 때마다 소금을 넣는 손이 살짝 떨렸다.
"이 장면에서 주인공이 첫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음식은 뭐가 좋을까?" 윤재가 물었다. 나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파스타요. 매콤하고, 살짝 버터 향이 나는."
드라마는 히트쳤다. 시청자들은 음식을 통해 추억을 회상하는 주인공들에게 열광했다. 그리고 드라마 속 맛집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내 작은 식당도 사람들로 가득 찼다. 그들은 드라마 속 파스타를 주문했고, 각자의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마지막 촬영 날, 윤재가 내게 대본을 건넸다. 마지막 회의 대사였다. "맛은 기억을 담는 그릇이야. 우리가 잊었던 감정을 다시 끌어올리는 마법 같은 것."
그날 밤, 빈 식당에 남은 우리는 15년 전과 똑같은 자리에 앉았다. 내가 만든 파스타를 앞에 두고 윤재가 말했다. "드라마는 끝났지만, 우리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야."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인생의 맛은 짜거나 달기만 한 게 아니라는 것을. 때로는 쓰고, 때로는 매콤하며, 가끔은 모든 맛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다는 것을. 마치 완벽한 한 끼 식사처럼, 마치 잘 만들어진 드라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