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같은 비밀: 어제의 관객
카메라가 꺼지자 내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국민 드라마 '어제의 약속'의 주연배우 지안으로서의 마지막 인터뷰가 끝난 것이다. 스태프들이 축하의 말을 건네며 지나갈 때, 나는 기계적으로 고개를 숙이며 감사 인사를 건넸다. 아무도 내 손바닥에 박힌 반원형 손톱 자국을 보지 못했다.
"지안 씨, 정말 대단해요! 시청률 35%라니, 역대급이죠." 작가가 다가와 내 어깨를 두드렸다. 나는 그에게도 완벽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열 번째 시즌을 앞둔 이 드라마에서, 내 캐릭터는 아픔을 이겨내는 강인한 여성이었다. 시청자들은 내가 극중에서 보여주는 눈물이 진실이라고 믿었다. 그들은 내 연기가 뛰어나다고 칭찬했다. 연기라니. 내가 하는 건 연기가 아니었다.
분장실로 향하는 복도는 언제나처럼 조용했다. 휴대폰이 울렸다. '어머니'라는 발신자 표시. 나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열여덟 번째 부재중 전화였다. 거울 앞에 앉아 분장을 지우기 시작했다. 레이어가 하나씩 벗겨질 때마다 진짜 내 얼굴이 드러났다. 한 겹, 두 겹, 세 겹... 마지막 레이어가 지워지자 왼쪽 광대뼈 아래의 희미한 상처가 보였다. 그는 항상 얼굴에 상처를 남기지 않도록 조심했다. 카메라가 잡아낼 수 있는 곳은 절대 건드리지 않았다.
매니저가 노크 없이 문을 열었다. "지안 씨, 내일 스케줄 확인해 드릴게요. 아침 8시 화보촬영, 11시 팬미팅, 그리고..."
"내일은 쉬고 싶어요." 내 목소리가 떨렸다.
"무슨 소리예요? 계약된 일정인데..." 그가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루만요. 제발." 거울 속 내 눈은 이미 지쳐 있었다.
매니저는 한숨을 쉬며 나갔다. 그제서야 서랍을 열어 작은 USB를 꺼냈다. 저장된 동영상에는 지난 2년간의 진실이 담겨 있었다. 드라마 프로듀서이자 내 약혼자인 그가 얼마나 다른 사람인지 보여주는 증거들. 카메라 앞에선 다정한 연인이었지만, 그 뒤에선 폭력적인 괴물이었다.
핸드폰이 다시 울렸다. 이번엔 그였다. "지금 어디야? 집에 안 오고 뭐 해?"
"곧 갈게요. 인터뷰가 길어졌어요." 거짓말이 쉽게 흘러나왔다.
"빨리 와. 우리 축하할 일이 있어." 그의 목소리는 다정했다. 마치 드라마 속 대사처럼.
나는 USB를 꼭 쥐었다. 오늘 밤, 나는 마지막 역할을 연기할 것이다. 행복한 약혼녀 역할. 그리고 내일 아침, 모든 방송국에 이 USB가 배달될 것이다. 내 삶은 드라마가 아니었다. 드라마는 적어도 행복한 결말이 있으니까. 하지만 비밀은 결국 밝혀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때로는 그것이 유일한 탈출구가 된다.
분장실을 나서며 나는 마지막으로 거울을 바라봤다. 거울 속 여자는 더 이상 두려워 보이지 않았다. 마치 새로운 에피소드가 시작되는 것처럼, 그녀의 눈에는 결연한 빛이 어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