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같은 소개팅: 첫 만남의 비밀
"인생은 단 한 번의 소개팅으로 바뀌기도 한다." 그녀가 커피숍 창가 자리에 앉으며 중얼거렸다. 민지는 스물아홉, 세 번의 연애와 다섯 번의 소개팅 실패 후 마지막이라고 다짐하며 이 자리에 왔다. 창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며 입술 위에 묻은 립스틱을 살짝 정리했다. 카페 안에는 가을 팝송이 은은하게 흘렀고, 시나몬 향이 공간을 채웠다.
그때 문이 열리고 그가 들어왔다. 검은색 코트에 하얀 목도리, 민지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높은 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숨을 들이켰다. 친구가 말했던 '드라마 PD'라는 직업이 갑자기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김민지 씨?" 그의 목소리는 따뜻했다. "네, 안녕하세요. 정현우 씨." 민지는 최대한 침착하게 대답했다.
대화는 놀라울 정도로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현우는 드라마 제작 과정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주었고, 민지는 출판사 편집자로서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두 사람 모두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들이었다.
"사실 고백할 게 있어요." 두 시간이 흐른 후 현우가 갑자기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민지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이제 와서 여자친구가 있다고? 아니면 결혼했다가 이혼한 이력?
"저... 사실 당신을 전에 한 번 본 적이 있어요."
민지는 고개를 갸웃했다. 현우는 휴대폰을 꺼내 사진 한 장을 보여주었다. 한 드라마 세트장에서 엑스트라로 출연했던 민지의 모습이었다.
"1년 전 제가 연출했던 '겨울의 끝'에서요. 당신이 카페에서 책 읽는 장면, 기억나세요? 그때 카메라에 잡힌 당신의 표정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기억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오늘 소개팅 상대가 당신이라니... 운명 같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민지는 말을 잃었다. 그녀가 엑스트라로 참여했던 그 드라마. 친구가 끌어서 반강제로 갔던 그날을 누군가 기억하고 있었다니. 더구나 그 사람이 오늘의 소개팅 상대라니.
"그런데요," 현우가 미소지으며 말을 이었다. "제가 그 장면을 특별히 기억하는 이유가 있어요. 당신이 읽고 있던 책이 제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이었거든요. 표지를 보자마자 알았어요."
민지는 자신의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날 그녀가 읽던 책은 현우가 각색한 드라마의 원작 소설이었다. 그녀는 그 사실을 현우에게 말하지 않기로 했다. 아직은. 이 우연이 만들어낼 그들만의 드라마가 어떻게 펼쳐질지, 소개팅을 마치며 두 사람은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는 미소를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