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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드라마: 우리가 빛났던 계절

그 여름, 내 삶은 누군가의 드라마처럼 뜨겁게 타올랐다. 에어컨 고장난 낡은 텔레비전 가게에서 시작된 일이었다. 땀이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7월의 마지막 날, 나는 유리창 너머로 끊임없이 재생되는 드라마 속 행복한 얼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거 보면서 위로받는 사람들이 있대요." 처음 만난 그녀는 갑자기 그렇게 말했다. 선풍기 바람에 살짝 흔들리는 단발머리, 인디고 블루 원피스를 입은 여자였다. "난 실제 인생이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날부터 우리는 매주 화요일마다 그 텔레비전 가게 앞에서 만났다. 드라마 속 주인공들의 운명을 두고 토론하며, 서서히 서로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연출가 지망생이었고, 나는 소설가 지망생이었다. 우리 둘 다 꿈을 좇아 무작정 서울로 올라온 스물셋이었다.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나눠 먹으며, 우리는 서로의 인생 대본을 공유했다. 그녀는 자신의 삶을 12부작 미니시리즈라고 불렀고, 나는 내 삶을 아직 출판되지 않은 단편집이라 불렀다. 웃음소리가 여름의 매미 소리와 뒤섞이던 순간들이 지금도 선명하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은 미처 카메라를 꺼내지 못한 순간이래요." 선풍기 바람에 종이컵이 굴러가자 그녀가 말했다. 나는 그 말을 메모장에 적었다. 언젠가 소설에 쓰고 싶었다.

여름이 끝나갈 무렵, 그녀는 갑자기 고향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아버지가 아프다고. 마지막으로 만난 날, 우리는 밤새 걸었다. 한강변의 습한 공기, 멀리서 들려오는 버스커의 기타 소리, 그리고 두 사람의 숨소리만이 그 순간을 채웠다.

"내가 연출하는 첫 드라마에 꼭 너의 이야기를 담을게." 그녀의 마지막 약속이었다.

십 년이 지난 오늘, 나는 텔레비전을 켰다. 그녀의 이름이 엔딩 크레딧에 '연출'로 올라와 있었다. 드라마 속 주인공은 낡은 텔레비전 가게 앞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에어컨 바람이 얼굴을 스치는데도, 나는 그 먼 여름날의 뜨거운 열기를 다시 느꼈다.

가끔은 우리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드라마가 실제로 방영되는 때가 있다. 특히 여름이면, 나는 아직도 그 텔레비전 가게 앞을 지나며 생각한다. 모든 위대한 이야기는 누군가의 실제 여름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