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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여사친

드라마 같은 우리: 여사친이라는 두 글자의 무게

그녀가 내 결혼식에 오지 않겠다고 했을 때, 나는 웃음이 나왔다. 십 년 지기 친구의 말치고는 너무 뻔한 드라마 속 대사 같았으니까.

"진짜 안 올 거야?" 내가 물었다. 카페 창가에 앉은 유진의 얼굴이 오후의 햇살에 반쯤 가려져 있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잔 위로 맺힌 물방울들이 그녀의 손가락을 타고 흘러내렸다. 마치 눈물처럼.

"못 가. 미안." 그녀는 내 눈을 똑바로 보지 않았다. 늘 당당하던 그녀답지 않게.

유진과 나는 대학 동기다. '여사친'이라는 말이 생기기 전부터 우리는 그런 관계였다. 남들은 우리를 의심의 눈초리로 봤지만, 우리에겐 그저 당연한 일상이었다. 새벽까지 이어지는 전화 통화, 서로의 연애 상담, 취업 실패에 함께 울었던 밤들. 한 번도 선을 넘지 않았다. 적어도 내가 알기로는.

"왜? 뭐 촬영 있어?" 나는 가볍게 물었다. 유진은 드라마 작가 지망생이었다. 최근에야 겨우 조연출로 발을 들였다.

"아니... 그냥... 못 가."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때 알아차렸어야 했다. 이건 우리가 본 수많은 드라마의 클리셰 장면 그대로라는 것을.

"제발 이유라도 말해줘." 내 목소리에 다급함이 묻어났다.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더니 마침내 고개를 들었다. "네가 생각하는 그거 맞아. 난 널 좋아해. 오래전부터."

시간이 멈췄다. 카페의 소음, 바깥 거리의 소리, 모든 것이 흐릿해졌다. 우리의 십 년이 빠르게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녀가 남자친구와 헤어질 때마다 내게 달려왔던 이유, 내 여자친구들을 한 명도 좋아하지 않았던 이유, 취업 축하한다며 술에 취해 내 볼에 키스했던 그 날...

"말도 안 돼..." 내가 중얼거렸다.

"그래, 말도 안 되지." 유진이 쓴웃음을 지었다. "여자 사이에 이런 감정이 생길 리 없으니까. 우린 그냥 '여사친'이었을 뿐이니까."

그녀의 말에 담긴 비꼼이 가슴을 찔렀다. 우리는 스스로를 '그냥 친구'라는 안전한 틀에 가두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유진아, 나는..."

"아니, 말하지 마." 그녀가 손을 들어 내 말을 막았다. "이건 네 탓이 아니야. 내가 스스로 선을 그었어야 했는데. 그래서 결혼식에 못 가. 네가 다른 사람과 평생을 약속하는 모습을 볼 자신이 없어."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그녀의 실루엣을 황금빛으로 물들였다. 마치 떠나가는 주인공을 비추는 드라마의 마지막 장면 같았다.

"잘 살아. 이번엔 정말 끝이야." 그녀가 내게 등을 돌렸다.

카페를 나서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내 인생의 가장 중요한 순간에 함께하지 않을 그녀를 생각하니 가슴이 아파왔다. 그리고 문득 깨달았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여사친'이라는 두 글자 뒤에 숨겨두었던 내 진짜 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