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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여친

드라마 스포일러: 그녀가 뭘 모르는 여친인 줄 알았지?

내 여자친구는 드라마를 보면서 운다. 그것도 이미 세 번이나 본 드라마를. 나는 그녀의 눈물을 이해할 수 없었다. 뻔한 전개에 왜 그리 감정을 쏟아붓는지. 그래서 나는 몰래 결말을 알려주곤 했다. 그녀의 눈물을 말리고 싶었던 것인지, 아니면 그저 내 우월감을 확인하고 싶었던 것인지는 지금도 모르겠다.

"여주인공 마지막에 죽어. 그러니까 울지 마."

그녀는 그럴 때마다 이상하게 미소를 지었다. 내가 예상했던 실망이나 분노 대신. 그날도 그랬다. 비 내리는 창가에서 그녀는 태블릿으로 어떤 드라마를 보고 있었다. 눈가에 맺힌 눈물을 보자 나는 습관적으로 말했다.

"그거 결말 알려줄까? 남주가 사실은—"

"알아." 그녀가 말을 자르며 태블릿을 내려놓았다. "나, 이거 각본 작가야."

물방울이 창문을 타고 흘러내리듯, 나의 확신도 무너져 내렸다. 방 안은 갑자기 너무 좁아졌고, 그녀의 시선은 너무 날카로워졌다. 창밖의 비는 더 거세게 내리기 시작했다.

"너... 각본 작가라고?" 내 목소리가 떨렸다.

"응. 이 드라마뿐만 아니라 지난 1년간 네가 스포일러 해준 모든 드라마의." 그녀는 차분하게 대답했다. "재미있었어, 네가 내 작품의 결말을 마치 비밀을 폭로하듯 말하는 거 보는 게."

그제야 그녀의 책장에 가지런히 정리된 각본들이 눈에 들어왔다. 모두 내가 스포일러했던 드라마들이었다. 나는 그동안 그녀가 연기하는 무대에서 어릿광대 역할을 했던 것이다.

"그럼 왜 울었어?" 나는 간신히 물었다.

그녀는 창가에서 일어나 내게 다가왔다. 비에 젖은 창문을 배경으로 그녀의 실루엣은 낯설게 느껴졌다.

"감정에는 정답이 없으니까. 네가 이해 못 하는 그것이 바로 내가 드라마를 쓰는 이유야. 아는 결말도 매번 다르게 느껴질 수 있어." 그녀는 잠시 멈추었다가 말을 이었다. "내일부터 새 드라마 집필 들어가. 제목은 '스포일러맨의 몰락'."

그날 밤, 나는 이상하게도 잠들기 전 눈물이 났다. 마치 결말을 모르는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앞으로 우리의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