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dom.GG

드라마오컬트

드라마 속 오컬트: 우리가 믿기로 한 것들

"시체가 움직였어요."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떨리는 목소리가 세트장을 가로질렀다. 방송국 지하 스튜디오에 흐르는 냉기가 순간 더 차갑게 느껴졌다. 나는 웃음을 지었다. 오컬트 드라마 '저승의 목소리' 촬영장에서 이런 농담은 일상이었으니까.

"또 장난치시네요. 오늘 촬영 분량 많아요." 내가 대본을 넘기며 말했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없었다. 카메라 감독도, 조명 스태프도 어색한 침묵 속에 굳어있었다. 세트장 한쪽, 관 안에 누워있는 엑스트라 배우가 분명 방금 전까지 꼼짝 않고 있었는데.

드라마 연출 10년 차, 나는 이런 류의 '현장 드라마'를 수십 번 겪었다. 배우들의 갈등, 스태프들의 사고, 심지어 귀신 목격담까지. 특히 오컬트물을 찍다 보면 스태프들 사이에서 이상한 소문이 돌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공포에 찬 눈빛이 진심으로 보였다.

"됐어요. 확인해 볼게요." 내가 관으로 다가가자 주변 공기가 무거워졌다. 관 안의 배우는 눈을 감고 완벽하게 정지해 있었다. 그의 창백한 피부와 검은 정장은 우리가 준비한 오늘의 장례식 장면에 딱 맞았다. "보세요, 아무 문제 없—"

말을 마치기도 전에 배우의 눈꺼풀이 살짝 떨렸다. 심장이 한 박자 뛰었다. '연기하나?' 생각하는 순간, 그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나는 뒤로 물러섰다. 배우의 가슴은 오르내림이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김 감독님, 이거 우리 드라마에서 쓰는 특수 효과 아니죠?" 조연출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아니야." 내 대답은 차갑게 울렸다.

그때 갑자기 스튜디오의 모든 불이 꺼졌다. 누군가의 비명소리, 바쁘게 움직이는 발소리, 그리고 관에서 무언가가 일어나는 소리가 들렸다. 비상등이 켜지기까지 단 15초였지만, 그 시간은 영원처럼 느껴졌다.

희미한 붉은 빛 아래, 우리는 모두 같은 광경을 목격했다. 텅 빈 관. 사라진 배우.

일주일 후, 경찰 조사는 아무런 결론 없이 종결되었다. CCTV에는 아무것도 찍히지 않았고, 배우의 행방은 묘연했다. 방송사는 '저승의 목소리' 제작을 전면 중단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날의 영상은 남아있었다. 아무도 버튼을 누르지 않았는데 돌아가고 있던 카메라가 모든 것을 담았다.

그 영상 속에서 나는 처음으로 진짜 '오컬트'를 보았다. 불이 꺼진 15초 동안, 관 속 배우의 몸이 천천히 공중으로 떠오르더니, 갑자기 먼지처럼 흩어져 사라졌다. 그리고 영상 끝에, 화면 구석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메시지: "다음 에피소드는 현실에서 계속됩니다."

오늘, 내 집 우편함에 낯선 대본이 도착했다. 제목은 '저승의 목소리: 피날레'. 첫 페이지에는 한 줄만 적혀 있다. "주연: 김수혁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