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틱한 운동: 그날의 마지막 경기
박지훈의 심장이 폭발할 듯 뛰었다. 국가대표 선발전 결승, 마지막 경기의 마지막 순간이었다. 십 년간의 모든 땀과 눈물, 그리고 수없이 많은 '아직 부족해'라는 말들이 이 한 순간으로 압축되었다.
경기장은 용광로처럼 뜨거웠다. 관중석에서 터져 나오는 함성은 귀를 찢을 듯했고, 형광등 아래 반짝이는 마루바닥은 그의 다음 동작을 기다리며 빛났다. 손바닥에 묻은 땀이 매그네슘 가루와 섞여 끈적이는 느낌이 드는데, 그것마저도 익숙했다. 체온계가 있다면 그의 몸에서 나오는 열기를 측정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지훈아, 넌 할 수 있어. 네 인생의 드라마를 완성시켜."
코치의 마지막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드라마. 그가 가장 싫어하는 단어였다. 삶이 드라마처럼 흘러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모든 것이 각본대로, 주인공은 항상 승리하고, 마지막엔 행복한 결말이 기다리는.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어깨 부상으로 탈락했던 지난 선발전, 재정 문제로 거의 포기할 뻔했던 지난해, 그리고 어머니의 병환.
지훈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마지막 도약뿐이었다. 심판의 신호가 울렸다.
그의 몸이 공중으로 솟아올랐다. 세상이 느려졌다. 공기를 가르는 소리, 옷자락이 바람에 펄럭이는 소리, 자신의 심장 소리까지 모든 것이 선명하게 들려왔다. 3.5회전. 완벽했다. 착지. 그의 발이 마루에 닿는 순간, 관중들의 함성이 폭발했다.
점수판을 올려다보았다. 9.95점. 1위. 그는 해냈다.
경기가 끝나고 인터뷰실에서 한 기자가 물었다. "이번 경기를 어떻게 준비하셨나요? 지난 부상 이후 복귀가 쉽지 않았을 텐데요."
지훈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사실... 저는 운동을 하면서 항상 드라마를 써왔어요." 그의 입에서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 "매일 아침 일어나서 오늘의 장면을 상상했죠. 제가 주인공이고, 이 모든 고난은 그저 중간 과정일 뿐이라고요. 하지만 진짜 깨달은 건, 드라마와 현실의 차이에요. 드라마는 누군가 써주지만, 운동은 제가 직접 써나가는 거였죠."
그날 밤, 지훈은 메달을 목에 건 채 호텔 창가에 서서 도시의 불빛을 바라보았다. 십 년간의 여정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고통스러웠던 순간들,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견디게 해준 작은 승리의 순간들.
창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지훈은 생각했다. 어쩌면 인생은 정말 드라마인지도 모른다. 다만 그 대본을 쓰는 것은 바로 자신의 손이라는 것, 그리고 그 드라마의 모든 장면이 운동장에서 흘린 땀방울로 이어진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