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의 귀신: 다시 돌아온 너에게
차가운 빗방울이 내 얼굴을 적시던 그날, 네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우산을 펼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비를 맞으며 걸었던 그 길은, 5년이 지난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민지야."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나는 얼어붙었다. 그 목소리는 분명, 죽은 준혁의 것이었다. 따뜻한 차 한 잔을 들고 있던 내 손이 떨렸다. 창밖은 어둠이 짙게 깔려 있었고, 거실 조명이 일렁이며 깜빡였다. "돌아보지 마."
심장이 터질 듯이 뛰었다. 공포였을까, 아니면 그리움이었을까. 그때의 내 감정은 아직도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 나는 소파에 앉은 채로 굳어버렸다.
"네가 어떻게..." 말을 잇지 못했다. 저승에서 돌아온 사람과 어떻게 대화를 나눠야 하는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으니까.
준혁은 이야기했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정확히 오년째 되는 오늘, 단 하루만 이 세상에 머물 수 있게 되었다고. 우리의 미완성 로맨스가 그를 이 세상에 붙잡아두었다고.
"돌아보면 안 돼, 민지야. 내 모습을 보면... 내가 다시 사라질 거야."
그날 밤, 우리는 말로만 사랑을 나눴다. 그의 손길을 느낄 수는 없었지만,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따뜻했다. 내가 마시던 차는 식어갔고, 밤은 깊어갔다. 우리는 서로가 말하지 못했던 진심들을 고백했다. 그가 교통사고를 당하기 전날, 내가 받지 않았던 그의 전화. 그날 그가 하려 했던 프로포즈. 그리고 그 이후 내가 홀로 감당해야 했던 후회와 그리움의 시간들.
"넌 이제 다른 사람을 만나야 해." 새벽녘, 그가 말했다. "나는 이제 떠나야 할 사람이야."
"안 돼!" 나는 울부짖었다. "네가 다시 사라지면 어떻게 살아가야 해?"
"내가 머물러도 우린 함께할 수 없어. 민지야, 난 이미 죽은 사람이야."
동이 트기 시작했다. 창으로 새어 들어오는 빛이 거실을 밝히기 시작했다. 그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지는 것이 느껴졌다.
"돌아볼게." 내가 결심했다. 만약 이것이 환상이라면, 깨어나고 싶었다. 만약 진짜라면... 마지막으로 그의 모습을 보고 싶었다.
"안 돼, 민지야. 그러면 내가..."
그러나 나는 이미 몸을 돌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내가 상상했던 모습과는 다른 준혁이 있었다. 그는 투명하지도, 무섭지도 않았다. 내가 기억하는 그대로의 따뜻한 미소를 지닌 준혁이었다. 다만 그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사랑해, 민지야. 이제 날 보내줘."
그의 모습이 아침 햇살 속에서 서서히 흐려지기 시작했다. 나는 손을 뻗었지만, 만질 수 없었다. 그가 완전히 사라지기 전, 마지막으로 들려준 말은 내 심장에 영원히 새겨졌다.
"우리의 로맨스는 끝나지 않았어. 단지 잠시 멈춰있을 뿐이야."
이제 나는 매일 아침, 커튼을 열고 햇살을 맞이한다. 때로는 창가에 비친 그림자가 그의 형태로 보일 때도 있다.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았지만, 진정한 로맨스는 이승과 저승의 경계도 넘어선다는 것을 나는 안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