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의 경계선: 남사친의 고백
"네가 날 그렇게 볼 줄은 몰랐어." 유진의 말에 나는 커피잔을 움켜쥐었다. 카페 창문을 때리는 빗방울 소리가 내 심장박동보다 더 크게 들렸다. 10년 지기 남사친의 고백은 예상치 못한 번개처럼 내 일상을 관통했다.
유진은 내 인생의 상수였다. 고등학교 첫날부터 옆자리에 앉았던 그 소년은 이제 단단한 어깨선과 묵직한 목소리를 가진 남자가 되어 있었다. 우리는 서로의 첫 연애 상담자였고, 실연의 위로자였으며, 무수한 밤을 함께 별을 세며 보낸 친구였다. 그러나 '친구'라는 단어는 이제 우리 사이에 놓인 얇은 유리벽처럼 느껴졌다.
"언제부터?" 내 목소리가 떨렸다.
"항상." 그의 대답은 단호했다. "네가 첫 번째 남자친구와 헤어졌을 때, 두 번째를 만났을 때, 그리고 매번 네가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고 말할 때마다."
카페의 재즈 음악이 우리의 침묵을 채웠다. 유진의 손가락이 테이블 위에서 불안하게 움직였다. 나는 그의 손을 10년간 수천 번 만졌지만, 오늘은 그 손이 다르게 보였다. 선명한 핏줄, 책을 많이 넘겨 생긴 작은 굳은살, 내가 준 팔찌의 희미한 자국까지.
"우리가 이렇게 되면 어떻게 될지 두렵지 않아?" 내가 물었다. 빗소리가 점점 커졌다.
"매일이 두려워." 그가 웃었다. "하지만 너를 사랑하지 않는 것보다는 덜 두려워."
그 순간 기억들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시험 전날 밤새 함께 공부했던 도서관, 내 생일마다 깜짝 파티를 열어준 유진, 취업 실패 후 나를 데리고 간 바닷가, 그리고 모든 남자친구가 그에게 질투했던 이유. 그들은 내가 보지 못한 것을 보았던 것이다.
"남사친에서 연인으로 바뀌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어." 내가 말했다.
"굳이 돌아가고 싶어?" 유진이 묻자 나는 고개를 저었다.
10년간의 우정이 마침내 그 이름을 찾은 순간이었다. 그의 손을 잡았을 때, 그것은 익숙하면서도 전혀 새로운 감각이었다. 비가 그치고 햇살이 창문을 통해 쏟아져 들어왔다. 유진의 눈에서 반사된 빛이 나에게 로맨스가 항상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음을 일깨웠다. 가끔은 우리가 찾는 것이 이미 우리 곁에 있다는 것을, 단지 우리가 그것을 다른 이름으로 불렀을 뿐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