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드라마: 종영 이후
그녀는 TV를 끄는 순간 자신의 인생도 함께 꺼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열두 번째 에피소드, 해피엔딩, 그리고 크레딧. 이제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16주 동안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 밤 10시, 윤서는 그 드라마 속 주인공들과 함께 숨쉬고, 함께 웃고, 함께 울었다. 이제 그 시간은 텅 빈 구멍으로 남아있었다.
"진짜 병 아냐?" 룸메이트 민지가 부엌에서 소리쳤다. "드라마는 끝났고, 현실로 돌아올 때야. 오늘 소개팅 잊지 마."
윤서는 한숨을 내쉬었다. 현실. 그녀가 가장 피하고 싶은 단어였다. 손끝으로 핸드폰을 더듬어 팬커뮤니티에 접속했다. '여러분은 종영 후유증을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그녀가 올린 게시물에는 이미 수십 개의 댓글이 달려 있었다.
오후 6시, 윤서는 민지가 억지로 골라준 원피스를 입고 카페로 향했다. 원래는 7시 약속이었지만,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일찍 나왔다. 적어도 카페에서 혼자 드라마 OST를 들으며 마음을 추스를 수 있을 테니까.
카페에 들어서자 따뜻한 커피 향과 부드러운 재즈 선율이 그녀를 맞이했다. 구석 자리에 앉아 이어폰을 꽂고 드라마 OST 플레이리스트를 켰다. 첫 번째 곡이 흘러나오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주인공이 첫 키스했던 그 장면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저기요."
남자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이어폰을 빼며 눈물을 급히 닦았다.
"혹시 제가 너무 일찍 온 건가요? 윤서 씨 맞으시죠?"
남자는 그녀의 테이블 앞에 서 있었다. 키가 크고 안경을 쓴 평범한 외모였지만, 미소가 따뜻했다. 윤서는 당황한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전 재민이에요. 아, 괜찮으세요? 울고 계셨어요?"
"아니요, 그냥... 드라마 보고 나서 좀 슬퍼서요."
그의 눈이 갑자기 반짝였다. "혹시 '너와 나의 계절'?"
윤서는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어떻게 아셨어요?"
"저도 어제 마지막 회 보고 한참 멍했거든요. 그 마지막 공항 장면에서 정말..."
"너무 완벽했죠!" 윤서가 그의 말을 자연스럽게 이었다.
두 시간 후, 그들은 여전히 드라마의 모든 장면을 하나하나 분석하고 있었다. 민지의 전화가 세 번이나 왔지만, 윤서는 신경 쓰지 않았다. 어쩌면 인생은 드라마처럼 완벽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날 밤, 윤서는 깨달았다. 종영된 드라마처럼 완벽한 이야기는 없을지 몰라도, 현실에서의 로맨스는 누군가와 함께 쓰는 미완성 드라마라는 것을.
재민이 계산대로 향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윤서는 생각했다. 어쩌면 이것이 그녀만의 로맨스 드라마의 첫 번째 에피소드일지도 모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