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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병원

로맨스 병원: 심장 박동이 들리는 곳

그 병원에서는 심전도가 사랑의 증상과 구분되지 않았다. 내가 응급실 간호사로 첫 출근한 날, 바이탈 사인을 체크하다 환자의 맥박이 순간적으로 뛰는 것을 느꼈다. 그때는 그것이 단순한 신체 반응인지, 아니면 우리의 운명적 만남에 대한 예고인지 알지 못했다.

"간호사님, 제 심장이 이상한 것 같아요." 침대에 누운 그가 말했다. 검은 머리카락 사이로 땀방울이 맺혀 있었고, 창백한 얼굴은 형광등 아래 더욱 하얗게 빛났다. 차트를 확인하니 김준호, 서른셋, 심장 불규칙 증상으로 내원.

"괜찮으세요? 통증이 어떤가요?" 내 목소리가 평소보다 조금 높게 나왔다. 청진기를 그의 가슴에 댔을 때, 두 심장이 동시에 뛰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당신이 보이면 더 심해져요." 그가 웃으며 말했다. 나는 그의 농담에 미소를 지으며 혈압 측정기를 감았다.

로맨스 병원은 이상한 곳이었다. 환자들은 종종 신체적 증상보다 감정적 상처를 더 많이 안고 왔다. 준호 씨는 3일마다 응급실을 찾았고, 매번 다른 증상을 호소했다. 한 번은 호흡 곤란, 다음엔 어지러움, 그다음엔 가슴 통증. 검사 결과는 늘 정상이었다.

"이번엔 무슨 증상으로 오셨어요?" 열 번째 방문에서 나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당신을 보고 싶어서요." 그의 솔직한 대답에 병원 복도가 갑자기 좁아지는 것 같았다. "우리 병원 밖에서 만나보는 건 어떨까요?"

우리의 첫 데이트는 병원 카페테리아였다. 그는 심장 외과 의사였고, 응급실 간호사인 나를 몇 주 동안 지켜보았다고 고백했다. 그의 환자 행세는 나에게 말을 걸기 위한 계획이었다.

"그건 의료 자원 낭비예요." 내가 농담 반, 진지함 반으로 지적했다.

"당신을 위한 진단은 정확했어요. 나는 심장 전문가니까." 그가 속삭였다.

그렇게 우리의 로맨스는 시작되었다. 병원 복도에서의 눈인사, 수술실 앞에서의 짧은 대화, 야간 근무 후의 아침 식사. 우리는 서로의 생명을 구하는 직업을 가졌지만, 정작 서로에게 심장을 내어주고 있었다.

6개월이 지났을 때, 그는 실제로 응급실에 실려 왔다. 교통사고. 이번엔 진짜였다. 혈압은 떨어지고, 맥박은 불규칙했다. 내 손이 떨렸다. 의사들이 그를 수술실로 데려갈 때, 그가 내 손을 잡았다.

"이번에는 연기가 아니에요, 간호사님." 그의 목소리는 희미했다. "하지만 내가 돌아올 거예요. 우리의 다음 챕터를 쓰기 위해서."

로맨스 병원에서 우리는 삶과 죽음, 사랑과 상실이 한 선 위에 있다는 것을 매일 목격한다. 그리고 때로는, 심전도 그래프처럼, 우리의 이야기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급격히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늘 밤 수술실 앞에서, 나는 그의 심장이 계속 뛰기를 기도하며, 우리의 심장 소리가 언젠가 같은 리듬으로 뛸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