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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썸타기

로맨스 썸타기: 우리 사이 3센티의 거리

우리 사이 정확히 3센티의 거리가 있었다. 커피숍 테이블 위에 놓인 그녀의 손과 내 손 사이, 누구도 건너지 않는 보이지 않는 경계선이었다. 가을비가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우리 사이의 침묵을 채웠다. 민지는 아메리카노 잔을 만지작거리며 시선을 내게서 살짝 비켜갔다. 나는 그녀의 눈동자에 비친 내 모습이 어떨지 궁금했다.

"근데, 어제 보낸 노래 들어봤어?" 내가 물었다. 한 달 전부터 우리는 서로에게 매일 밤 한 곡씩 노래를 보내는 의식 같은 것을 시작했다. 누구도 이것을 데이트라고 부르지 않았다. 그저 '친구 사이의 음악 교환'이라고.

"응, 좋더라." 민지의 목소리가 커피 향기처럼 공간에 퍼졌다. "가사가 마음에 들었어. 특히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는 부분."

눈이 마주쳤다 헤어졌다. 우리의 대화는 언제나 이런 식이었다. 말의 표면 아래로 숨겨진 또 다른 대화가 흐르고 있었다. 두 개의 평행선 같은 대화.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는 감정들. 썸타기의 묘미라고 해야 할까.

민지의 휴대폰이 울렸다. 그녀가 화면을 확인하더니 미소를 지었다. 이상하게도 그 미소가 가슴을 찔렀다. "누구야?" 묻고 싶었지만, 그런 질문을 할 자격이 나에게 있을까. 우리는 그저 '썸'을 타는 사이니까.

"선배, 나 궁금한 게 있어." 민지가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우리가 이렇게 만나는 거, 도대체 뭘까?"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3센티의 거리를 넘어설 때가 온 건가. 오랫동안 준비한 대답이 있었다. 하지만 입에서 나온 말은 달랐다. "글쎄, 친구? 아니면... 더 특별한 사이?"

민지의 눈이 살짝 커졌다. 그때 카페 문이 열리며 찬 바람이 들어왔다. 누군가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민지의 전 남자친구였다. 그녀의 표정이 복잡하게 변했다.

"미안, 잠깐만." 그녀가 일어났다. 민지가 그와 대화하는 동안, 나는 우리의 3센티 거리를 생각했다. 어쩌면 우리는 이 거리를 즐기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확정되지 않은 관계의 설렘과 안전함을.

민지가 돌아왔다. "미안해, 갑자기 나타나서."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괜찮아?" 내가 물었다.

그녀는 잠시 침묵했다. "선배, 나 사실... 이런 썸타기 지겨워." 그녀의 손이 테이블 위로 움직였다. 우리 사이 3센티의 거리가 좁혀지고 있었다. "확실한 게 필요해."

내 손이 그녀의 손을 향해 움직였다. 하지만 그 순간, 민지의 전화가 또 울렸다. 그녀는 망설였다. 그리고 전화를 받았다.

창밖의 비가 더 세차게 내리기 시작했다. 나는 민지가 통화하는 동안 우리의 손 사이, 아직 남아있는 1센티의 거리를 바라보았다. 로맨스란 결국 이런 것일까. 말하지 않은 감정들, 건너지 못한 거리, 그리고 그 사이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운 가능성의 순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