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부모님: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
그날 아침,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나는 그의 휴대폰에 저장된 '맛집 리스트'를 발견했다. 살면서 단 한 번도 맛집을 찾아다닌 적 없던 아버지였다. 그는 언제나 어머니의 집밥만이 최고라며, 외식을 제안하면 굳이 비싼 돈 들여 밖에서 먹을 필요가 있냐고 했던 사람이었다.
휴대폰 메모장에는 꼼꼼하게 정리된 맛집 목록이 있었다. 장소명, 주소, 대표 메뉴, 심지어 가격대까지. 특이한 점은 각 맛집마다 날짜와 함께 짧은 코멘트가 달려 있었다는 것이다. "오늘 민지가 좋아했음", "준호가 여기 돌솥비빔밥 먹고 기뻐했음", "은영이 곱창 처음 먹어본다고 신기해했음."
나는 그 목록을 읽으며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어머니의 눈에는 이미 눈물이 고여 있었다.
"아버지가 너희들 데리고 나간다고 할 때마다 몰래 메모해두셨어. 어디가 좋았는지, 뭐가 맛있었는지. 다음에 또 데려갈 수 있게."
숨이 막혔다. 나는 그 목록의 날짜들을 하나하나 확인했다. 내 생일, 내 첫 시험 만점 날, 대학 합격 날, 첫 취직 날... 아버지는 우리 가족의 모든 특별한 날에 조용히 맛집을 찾아 우리를 데려갔던 것이다.
마지막 메모는 일주일 전이었다. "은영이 승진 축하. 삼겹살집 예약 완료. 소주 한 잔 같이 하자고 하기."
내 승진 소식을 들은 날, 아버지는 그렇게 계획을 세우셨던 것이다. 하지만 그 약속은 영원히 지켜지지 못할 것이다.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우리 곁을 떠나신 아버지.
장례식이 끝나고, 나는 어머니와 함께 그 목록에 있는 맛집들을 하나씩 방문하기로 했다. 우리가 몰랐던 아버지의 사랑을 기억하기 위해서. 첫 번째로 방문한 삼겹살집에서 어머니는 내게 말했다.
"네 아버지가 항상 말했단다. 맛집이란 건 음식의 맛이 아니라, 함께하는 사람들의 행복한 표정을 볼 수 있는 곳이라고."
소주잔을 들어 허공에 대고 건배를 했다. 어디선가 아버지도 우리와 함께 건배하고 있을 것만 같았다. 목록에 적힌 다음 맛집은 어떤 추억을 담고 있을지, 그리고 우리는 앞으로 얼마나 많은 새로운 맛집 추억을 만들어나갈 수 있을지, 생각하니 가슴이 따뜻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