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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고민

병원 복도의 고민: 그림자가 내게 말하다

병원 복도 끝에서 내 그림자가 이상하게 일그러졌다. 형광등 불빛 아래 늘어선 그림자는 나와 함께 움직이지 않고 제자리에 멈춰 서 있었다. 환청인가 싶었지만, 분명히 들렸다. "정말 그걸 선택할 거야?"

차가운 대리석 바닥을 통해 발바닥으로 전해지는 냉기와 소독약 냄새가 코끝을 찌르는 이 공간에서 나는 지난 3주간 매일 이 자리에 서 있었다. 아버지의 병실로 들어가기 전, 항상 이 지점에서 망설였다. 오늘도 내 손에는 검은색 서류 봉투가 들려 있었고, 그 안에는 '연명치료 중단 동의서'가 들어 있었다.

"선생님, 아버님은 이미 의식을 회복할 가능성이 매우 낮습니다." 주치의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결정은 보호자인 당신의 몫입니다."

병실 문 너머로 보이는 아버지의 모습은 내가 기억하는 강인한 모습과는 달랐다. 인공호흡기와 수많은 관에 연결된 채 소리 없이 누워있는 몸. 그는 지금 어디에 있는 걸까? 그 육체 안에 여전히 아버지의 영혼이 남아있을까? 아니면 이미 떠나고 빈 껍데기만 남은 걸까?

간호사들이 바쁘게 복도를 오가는 동안, 나는 동의서를 손가락으로 구겼다 폈다를 반복했다. 서명 한 번이면 끝나는 일. 하지만 그 무게는 산보다 무거웠다.

그때 다시, 그림자가 속삭였다. "그가 살아있을 때 네게 했던 말을 기억해." 놀라 고개를 들었지만, 그림자는 여전히 평범한 내 형태였다. 하지만 목소리는 내 머릿속에서 계속되었다.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지 말라고 하지 않았니?"

불현듯 2년 전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아버지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기계에 의존해 숨쉬는 것은 삶이 아니야. 내게도 그런 때가 오면, 자연의 순리대로 보내주렴."

병원 창문으로 비치는 저녁 노을이 복도를 붉게 물들였다. 그림자는 이제 내 발밑에서 조용히 내 움직임을 따르고 있었다. 서류 봉투를 열고 펜을 꺼내 서명란을 바라보았다. 펜촉이 종이에 닿기 직전, 맞은편 병실에서 갓난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죽음과 탄생이 공존하는 이 병원에서, 나는 내 손으로 한 생명의 끝을 결정하려 하고 있었다.

서명을 마치고 복도를 빠져나오는 내 뒤로, 그림자는 더 이상 말을 걸지 않았다. 대신 맑아진 마음으로 깨달았다. 때로는 놓아주는 것이 가장 큰 사랑이라는 것을. 병원을 떠나는 발걸음이 무거웠지만, 이제 그림자와 나는 같은 방향을 향해 걷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