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dom.GG

병원남친

병원에서 만난 남친: 운명의 링거

병원 복도에 흐르는 형광등 불빛이 하얀 타일 바닥에 반사되어 내 어지러운 걸음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었다. 39.8도. 열이 너무 높아 응급실로 실려 온 지 세 시간째, 나는 링거를 맞으며 텅 빈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괜찮으세요?"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하얀 가운을 입은 남자가 서 있었다. 그는 의사는 아니었다. 실습 중인 간호학과 학생이라고 했다. 그의 이름표에는 '김준호'라고 적혀 있었다.

"네..." 내 목소리는 사막처럼 갈라져 있었다. 그는 물을 따라주며 미소를 지었다. 이상하게 그 미소에서 따스함이 느껴졌다. 아마도 고열 때문일 거라 생각했다.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입원실에 들어올 때마다 그는 특별한 관심을 보였다. "오늘은 좀 어떠세요?" 체온계를 내밀며 물어오는 그의 눈빛에 내 심장이 이상하게 반응했다. 고열은 내려갔는데, 왜 자꾸 얼굴이 뜨거워지는 걸까.

퇴원하는 날, 그는 마지막 체크를 위해 내 병실을 찾아왔다. "이제 건강해져서 다행이에요. 사실..." 그가 머뭇거리더니 내 차트를 넘기며 말했다. "저희 엄마가 이 병원 내과 과장님이세요. 첫날 응급실에서 봤을 때부터 신경 쓰였는데, 어머니께 잘 돌봐달라고 부탁했어요."

놀란 내 표정을 보며 그는 웃음을 터뜨렸다.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단지... 퇴원하고 나서도 혹시 커피 한잔 할 수 있을까요?"

6개월 후, 우리는 그 병원 카페테리아에서 만나는 연인이 되었다. 실습을 마친 그는 이제 정식 간호사로 일하고 있었고, 나는 때때로 그의 점심 시간에 맞춰 병원을 찾곤 했다.

그날도 평소처럼 병원 로비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어떤 여자가 다가와 내 어깨를 톡톡 쳤다.

"혹시 이하린 씨세요? 준호 씨 여자친구..."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저도 준호 씨 여자친구인데요. 6개월 전부터요."

그 순간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두 여자가 충격에 빠져 있을 때, 준호가 로비에 나타났다. 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우리 셋의 눈빛이 공중에서 마주쳤다.

그날 밤, 집으로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문득 깨달았다. 그가 내게 처방해준 것은 링거액이 아니라 거짓된 사랑이었다. 그리고 나는 자발적으로 그 독극물을 정맥에 주입했다. 병원에서 만난 남자친구가 남긴 건 치유가 아닌 더 깊은 상처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가슴이 아프다는 건 내가 아직 살아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